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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배 Mar 31. 2019

닫힌 문

나는 마주한다.


문을 향해 걸어간다
발에는
산을 겹겹이 얹은 듯이 무겁고
수 억 개의 손들이 붙잡은 듯이 떼어지지가 않는데
그래도 나는 간다
저 문을 향해 간다
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나는 또 가고 만다

문고리를 잡는다
수 천 년의 세월 동안 뜨겁게 달궈 놓은 것 같이
손이 녹아 버릴 것만 같은데
수 천 년의 세월 동안 시리도록 시린 바람이 분 것 같이
손이 얼어 버릴 것만 같은데
나는 잡아야만 한다
저 문을

이유는 알 수 없이
어떠한 타당성도 없이
해야만 하는 것처럼

문이 열린다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문이 열린다

그리하여
나는 살며시 손으로 눈을 가려 본다

수많은 두려움과
수없는 망설임과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감추고서는
마주한다

당신을
지금 눈앞에 있는 당신을
바로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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