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

by 비사이드B

2024년의 마지막 날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약 한 시간이 남은 오후 열시 오십 육분,

그래도 한 해를 기록해야지, 다짐을 적어봐야지, 소감을 남겨야지

하며 계속 글을 쓰려다 결국 계속 못 썼던 건

적을만큼 남길 게 없다는 그 부끄러움 때문일 거다.


작년 이맘 때 나는 분명 지금보다 희망찼던 것 같다.

해가 바뀌면 나란 사람이 백팔십도 바뀌듯 변화해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어

똥같이 살던 나를 완전히 지우고

근거없이 긍정적으로 그려본 미래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선언하듯 써놨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부끄러움으로 다시 다가온다.

그럼 대체 24년 한 해동안 난 무얼 한 걸까.


마케팅을 공부하겠다고 제휴마케팅을 오프라인 교육 수업을 듣고

마트 알바를 하며 남는 시간에 부업을 하겠다고 해놓고 그냥 놀기만 했다.

알바 얘기를 하니까 생각난건데

쿠팡 알바를 하루 했던 게 기억 난다.

8시간을 서 있지를 못해 종료시간 한 시간 정도를 남기고 끝내 조퇴를 했었다.

소모임을 운영했다가 우울증이 다시 와 책임감없이 말아먹기도 하고,

세 곳에서 짧게 취직해 일을 하다 또 그새를 못참고 뛰쳐나왔다.


다이어트만이라도 하자 다짐했던 것은

오히려 10kg 이상 더 쪘고,

그로 인해 난 더 사람들을 못 만나게 됐다.

얼마 있지도 않던 여유자금마저 다 써버렸다.

모든게 소진됐다.


그렇게 24년이 끝나간다.


와 34살의 삶이 이래도 되는 건가.

그리고 이 거지같은 삶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 걸까.


그럼에도 남기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이젠 더 이상 창피도 모르는 인간이 되버려서 그런걸까


이 치부를 잊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이걸 적든, 적지 않든

난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거란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는 걸

내가 아직까지도 이 삶에 적응하려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모든게 실패했다는 걸

잊지 않고 새기고 싶었다.


이게 다 지극히도 거지같은 기억력 때문이다.

기억하자.

34살의 나는 진짜 형편없었다는 걸.

내년 이맘 때 더 나아지지 않았다면

그때도 적어보겠다.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지.


그럼에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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