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의 하루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을 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그 순간, 나는 ‘상담자 모드’로 전환된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들이고,
커피를 내리며 호흡을 고른다.
오늘 하루, 누군가의 이야기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업무 관계자들을 만나고
내담자들을 만난다.
그들의 언어 속에서
나의 시간이 채워진다.
그 시간 동안
나의 생각과 감정, 욕구는 한 걸음 뒤에 둔다.
대신 그들의 생각과 감정, 욕구에
집중과 정성을 기울인다.
그들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함이다.
그들과 어우렁더우렁,
불편하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편안한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말이 많아도,
너무 없어도
불편해질 수 있는 자리.
그래서 나는
늘 ‘적당함’의 기준을 찾는다.
긴장과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은 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기.
어떤 이에게는 조금 더 따뜻하게,
어떤 이에게는 약간 서늘하게.
그들의 감정 온도에 따라
나의 색과 온도를 달리한다.
이곳은
내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
그들이 필요로 하거나
듣고 싶어 하는 언어로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나는 감사하다.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우고,
그들의 태도에서 깨닫는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때로는 하루하루 펼쳐지는 작은 경연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나는
어떤 깊이로 듣고 있는지,
얼마나 인간적으로 머물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시간.
대부분은
이미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고민을 풀고 싶어
문을 두드린다.
나는 그들의 문제보다
그들의 강점을 먼저 본다.
단단히 서 있는 부분 위에
조심스레 고민을 얹는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순간,
관계는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몇몇의 사람들이 다녀가고
컴퓨터를 끄는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온전한 자유를 찾는다.
퇴근길 창밖으로 스쳐 가는
해 질 녘 풍경.
대체로
평온하다.
오늘도 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로
누군가를 만났고
그 온기가 내게도 자연스레 전해졌음을 느끼며 잔잔한 미소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