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담는 마음 그릇

바람에 나부끼는 눈송이가 반갑습니까?

by 변송자

어스름함이 남아있는 아침 출근길 자동차 불빛을 받아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인다.

아침 감사 명상을 듣고 읊조리고 있었기에 반짝거림을 무심코 지나가고 있었다.

그 반짝거림이 반복되더니 어느새 희끄무레하게 쌓여가는 눈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 예보가 있었나?'

반가움 보다 앞서 다가 온 퇴근길에 대한 조심스러움을 느끼고 약간은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눈은 첫눈 첫사랑, 연인, 크리스마스 등등 등 가슴 설레고, 우리들의 마음을 공중 부양시키는 단어들과 연결되어 감성을 증폭시킨다.

그런 감성을 안고 살아갈 수 있길 바라 왔지만 현실 속의 나는 퇴근길을 걱정하는 건조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뒤를 따라 흐른다.

대단한 인생을 꿈꾸던 시절을 지나 '인생 별 거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별거 없다는 말은 시시하다거나 가치의 미미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저 큰 의미를 두지 않되 내 하루하루의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 따라 묵묵히 움직이다 보면 기쁨도 만족도 따라오게 되고,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스스로 만족할만한 나의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특별한 기대와 목표가 없더라도

조금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그 피곤이 쌓이고 쌓여 움직일 에너지 마저 고갈되더라도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품고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느라 안간힘을 다 쓴 이후라도

심지어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무망 한 상태이더라도

그냥 나의 패턴 대로 몸을 먼저 조금씩 움직여 볼 수 있다면 숨 쉴 틈이 만들어지고 그 공간을 삐집고 들어오는 '이만하면 됐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만의 패턴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나 보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조금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 있더라도 계속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러한 자신을 조금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다 보면 '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는 스스로가 사랑스러워지기도 한다.

우린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늘 "잘 지내시지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잘 지낸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그런 기준을 가지고 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는가?

교육이나 상담을 할 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가끔 묻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의 기준은 참으로 단순하지만 오랜 시간 심리를 공부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통해서도 밝혀진 진실 같은 것이다.

첫째, 식사는 잘하고 있는가?

둘째, 잠은 잘 자는가?

셋째, 내 몸에 이로운 적당한 운동은 하고 있는가?

넷째, 나에게 좋은 말들을 해주고 있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아주아주 잘 살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것이다.

뭘 대단한 것을 해야 잘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루치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잘 보살피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여겨도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오늘처럼 바람에 눈발이라도 흩날리면 그저 반가운 마음 정도 가질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 작고 사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바쁘지 않아야 하고 바쁘지 않아야 그런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바쁜 사람은 조급할 것이고, 조급한 사람은 불안할 것이고 불안한 사람의 마음은 걱정거리로 가득 차 있기에 낭만이 삐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 내리는 아침 출근길에

지극히 현실적이라 생각했던 내 마음의 상태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그랬구나. 요즘 이러저러한 일들로 여유가 많이 없어졌구나' 깨닫고 인정하고 그런 나를 슬며시 안아보게 된다.

자! 이제 하늘거리는 눈발을 따라 나도 흩날리듯 가벼운 하루를 살아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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