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자와 현숙한 여인

by 변송자

나의 아버지는 주윤발과 눈웃음이 비슷한 주윤발 못지않은 미남자였다.

그게 다였다.

아니 잘생긴 외모로 어린 엄마를 아프게 하기만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나의 엄마는 주변 모든 이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생각이 바르고 행동거지가 정갈한 현숙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더 외롭고 고독하였으며, 많은 짐을 혼자 감당하며 살게 되었다.

잘생긴 미남자는 어설픈 감투를 쓰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그 미남자의 썸녀가 친분을 빌미로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 날, 그녀의 온화한 성정과 남편의 급한 성미는 그녀로 하여금 썸녀의 잠자리까지 봐주게 하었다.

그것을 본 첫째 딸의 "엄마는 바보냐?"라는 원망 섞인 말투까지 담아내야 했다.

살아생전 그녀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여러 ㅠ 질은 될 거야"라는 말로 자신의 삶을 더듬곤 하였다.

책을 좋아하던 문학소녀는

농사에 진심이 아니던 미남자 농부를 만나

집안 일과 농사일을 병행하며 소를 키우고 거기에다 누에 치는 일까지 돈이 되는 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하느라 그녀의 손은 거칠다 못해 갈라 터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자식인 우리에게 "너희는 아버지를 미워하면 안 된다. 없는 살림에 너희들 키우느라 고생하셨다"라며 마음에 와닿지 않던 교육까지 하셨다.

6남매씩이나 낳아서 기르고 그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이후에는 아들 삼 형제의 아이들을 모두 키워주셨다.

아침저녁으로 집안을 쓸고 닦고

두부와 콩나물처럼 손수 만들 수 있는 것은 죄다 만들어 먹이고 이유식도 그때그때 만들어 먹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으며, 주말에는 서울에서 영주까지 오르내리며 신선한 야채들을 키우고 실어 나르셨다.

손주들 교육을 위해 유일한 낙이던 드라마까지 포기하며 집안의 텔레비전을 없애라 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의 독서는 6남매의 집들을 오가며 아이들 책을 거의 다 읽으셨다.

가끔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며 "나도 처녀 적에는 책을 꽤 읽었지"라며 그때 읽었던 책의 제목과 내용들을 그때까지 기억하시고 들려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딸인 나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이시며 "나도 내 인생을 글로 써보고 싶다"라는 소망을 말씀하셨다.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주변만 살피느라 자신의 마음과 몸상태에 무디던 그녀에게 "암'이라는 병마가 찾아왔고 식구들이 알았을 때는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태에 이르고 난 뒤였다.

그렇게 그녀는 이제 겨우 한 번 입 밖으로 외출시켜 본 자신의 소망을 위한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떠나 보내고 나니 보이고 알아지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다음에는 그 이후 그녀를 추억하는 막내딸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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