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팀원들과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음료수라도 마시자고 하면서 발길을 무인카페로 옮겼다. 웬만해서는 회사 무인 카페는 잘 가지 않는다. 달디 단 음료수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차라리 커피를 마시는 편이다.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특별히 맛이 없지 않은 한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커피, 편의점에서 파는 각종 커피, 집에서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까지 두루두루 마신다.
팀원들과 무인카페에 들어서서 딱히 마실 게 없는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는데 문득 식혜가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 안에 있는 식혜를 보는 순간 갑자기 누렇고 커다란 옛날 깊은 양은냄비 안에 식혜가 생각이 났다.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선명한 깊은 양은냄비의 식혜는 냉장고 안에 캔음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추운 겨울방학 외갓집에 가면 손발이 시린 한대에 놓여있던 살얼음이 동동 떠있던 그 식혜가 눈에 선 하다. 외할머니는 손주가 온다고 한 냄비를 해 놓으셨다. 쌀 알갱이와 얼음이 섞인 식혜를 한 컵 떠서 한 모금 넘기면 삐죽한 얼음이 입안을 살살 찌르고 쌀 알갱이를 씹으며 다디단 식혜가 목구멍으로 넘어갔었다.
외할머니는 딸자식과 손주들이 온다고 몇 날며칠 준비 하셨을 것이다. 쌀밥을 만들고 엿기름가루를 우려내서 물을 부어 삭혀서 한가득 만들어 놓으셨다. 그렇게 만든 식혜는 우리가 가는 날에 맞춰 살얼음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때는 당연한 듯 마셔댔던 그 식혜를 이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있을 뿐이다.
무인카페 냉장고 안의 저 식혜는 내 기억 속의 식혜를 대신해 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보는 순간 내 기억 속의 식혜는 더욱더 또렸해졌으며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외할머니와 살얼음 식혜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