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싫어, 꺼져 버리라고 해.”
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마어마한 절망이 덮쳤다.
“응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작가님 글을 모시지 못했을 뿐, 작가님을 거절한 건 아냐?”
방금 확인한 메일을 곱씹으며 침대 시트를 아그작아그작 씹었다. 낡고 누렇게 뜬 시트가 찢어질 것 같았다.
뱌야흐로 7년 전.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지같은 상사 밑에서 개고생을 하다, 퇴직금을 받고 드디어 글만 쓸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할 무렵.
나름 문창과를 1등으로 졸업한 재원이었던지라 매일매일 소설을 쓰며 여러 곳에 응모를 했더랬다.
“xx 출판사에서 공모전을 하는 구나. oo여성지에선 신인 작가를 모집하네?”
그래, 오래 기다렸다, 세상아. 내가 간다.
호기로운 외침은, 그러나 잠시 잠깐이었다. 돌아온 반응 들은 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저희 출판사에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 반려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며...
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방향이 다르다니 별 수 있나. 그래도 이렇듯 애석해하다니 많이 아쉬운 듯했다.
‘번창하시길.’
멋지게 아디오스!를 외친 뒤 다음 공모전으로 넘어갔다. 신에겐 열 두 척의 배가 남아있다고 한 이순신 장군처럼 내겐 수많은 습작이… 수많은 출판사가 남아 있었으므로.
그러나 뭐가 문제였는지 계속해서 반려가 이어졌다. 본사와 방향이 맞질 않아… 내용은 참신하나… 소설 속 인물 들이 행복하길 … 그제야 그것이 메크로로 돌린 답장이란 걸 깨달았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결국 거절 이란 것도.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던 건 다른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료 연재, 독립 출판... 그러나 그것도 얼마 못 가 나가리가 되었다. 자존심을 꺾고 도전한 무료 연재가 망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댓글이 없어서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이건 뭐 앞뒤가 꽉 막힌 꼴이었다.
“대체 왜! 와이!”
그런 전차로 하여 녹다운이 되었다가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응모한 공모전의 결과까지 폭싹 망했다는 걸 깨달은 뒤, 침대에 쓰러진 거였다. 작가님의 글을 모시지 못했을 뿐, 작가님을 거절한 건 아니란 반려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뒤질까.'
앞선 일기에서 숱하게 언급했던 신병스러운 통증까지 더해져 완전 맛이 간 상태였다.
몸은 아프고, 되는 일은 없고... 쌀만 축내는 나 같은 건 사라지는 게 모든 이들을 위해 좋은 게 아닐까... 라며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즈음 띵동, 하며 알림음이 울렸다. 글 쓰겠다며 모든 연락을 차단했던지라 스팸이겠거니 무시했는데 알림음은 계속됐다.
띵동띵동.
귀찮은 마음에 꺼버리려던 찰나, 액정 위로 이상한 글이 보였다.
-연극 <럭키 세븐> 응모에 당첨되셨습니다. 오늘 저녁 7시, 대학로 마린드 소극장…….
연극? 당첨? 뭔 소리야... 미간을 찌푸린 것도 잠시, 며칠 전 공연 전시 기사를 보다 연극에 응모 했던 게 떠올랐다. 돈은 없는데 보고는 싶어서 나름 개인적인 사연까지 곁들였던 게 당첨된 것 같았다.
물론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혹 이게 당첨돼서 정작 돼야 했던 소설 응모가 떨어진 건 아닌가 짜증까지 일었다. 문창과 나와서 고작 합격한 게 공짜 티켓이라니. 헛살았다 싶어 아예 휴대폰을 꺼버리려는데, 문득 손이 멈췄다.
“…가볼까.”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집에 있어봤자 안 좋은 생각만 할 게 빤했다.
“귀찮은데...”
창밖에는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그치만 공짜라잖아..."
극장 간 게 몇 년 전인지. 티켓 값만 해도 2만원이 넘을 게 자명했다. 아, 어떻게 하지. 한참을 전전반측하던 나는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일단 가자. 자책하는 건 그 후에 해도 돼."
고개를 끄덕인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이 젖어가며 대학로에 도착한 건 1시간 후였다. 이게 뭔 개고생이냐며 툴툴거리다 겨우 다다른 곳은 극장이라기보단 구멍가게나 복권판매점 같았다. 부스만 덩그러니 서있었으니까. 그 부스도 각종 포스터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며 옆에 나 있는 땅굴도 이상하긴 매 한가지였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그럼에도 이곳이 극장이라 말하고 있었다.
‘…무너질 거 같은데.'
광부가 되어 갱도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괜히 왔나봐. 무슨 획기적인 체험을 하겠다고... 하여 주춤주춤 망설일 즈음이었다. 미적거리는 등뒤로 작은 충격이 가해졌다.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20대 후반쯤 되었을까. 키가 크고 어수룩해 보이는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앞에 계신 줄 모르고… 다친 덴 없으세요?”
살짝 부딪쳤는데 다쳤을 리가.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씩 웃은 남자가 날 지나쳐 갱도… 아니,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