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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un 01. 2020

코로나 백수가 되었습니다.

고민

    

  작은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며 아이들과 하루를 부대끼며 생활한 지 올해로 20년 차... 내 젊은 날의 청춘을 몽땅 바친 곳이며, 기나긴 세월 동안 매일같이 드나든 제2의 고향 같은 곳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갈 수 없는 곳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겨울방학 동안 우리는 2월 마지막 주에 있을 연주회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 중이었다. 2월 초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타나 5일 동안 휴원 했고, 우리의 행사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연습한 것도 있고, 다른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학부모님들과 협의 하에 행사를 진행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진행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구두로만 계약해 뒀던 행정적인 일들을 단 며칠 만에 진행시키고, 당일날은 최대한 빠르게 끝내자 생각했었다.     


 2월 23일 일요일 대구에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생겼으며, 그 시기 대구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환자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는 뉴스 속보가 나왔다. 심상치 않은 상황 변동에 내일모레 있을 행사는 도저히 강행할 수 없음을 판단하고 무기한 연기를 시켰다. 다음날 출근을 해 보니 공공시설들은 오후부터 모두 폐쇄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나의 공간도 일단 휴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주일 휴원 하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길어야 2주 정도면 안정을 찾지 않을까 했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일주일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으며 그로부터 2주, 또 2주.... 그렇게 속수무책 기다림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처음 2주 휴원이 끝날 무렵, 엄마들의 모이는 맘 카페에 들어가 봤다. 학원이 수업을 시작하느냐는 질문이 게시판을 도배했다. 휴원을 연장하는 원장은 개념 있는 원장이고, 수업을 시작하는 원장은 세상 파렴치한 속물 장사꾼으로 전락했다. 휴원 하면 남은 원비 정산은 어떻게 되는지를 시작으로 댓글의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나도 자식 가진 부모이기에 아직 외부활동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아 다시 휴원 공고를 했지만, 문을 열었다가는 애들을 돈으로 보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취급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막연한 걱정이 불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혼자 일하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니 큰돈이 안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월세를 비롯해 소소한 운영비에 펑크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월급 줘야 할 사람이 없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위안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한 달쯤 되어가니 문 닫는 학원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경제적인 고민도 고민이지만 교육청의 수업 중단 권고, 강력한 규제 등은 마치 우리가 발병 근원의 집단인 것 마냥 몰아가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일찍 수업을 시작한 학원들은 보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오죽하면 그 눈총을 다 받아가며 수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싶은 마음에 내 일처럼 심장이 아팠다. 버티다 못한 학원들은 자구책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공부하는 과목이니 그렇게라도 한다. 나처럼 도구(피아노)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면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과목은 온라인 수업도 무리다.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조심스레 수업 재계를 앞두고 있지만 예상대로 올 아이들이 거의 없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도 없다. 그저 상황이 빨리 종결되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오늘도 나는 기약 없이 기다리는 코로나 백수다.   



p,s 약 두달간의 휴원을 마치고 조심스레 다시 수업을 시작한 지금.

      오겠다는 아이들만 수업을 하고 있다. 현저하게 줄어듣 수업시간...백수 아닌 백수 생활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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