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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May 25. 2020

중년의 문턱에 입성한 나는

여자 마흔

 봄바람의 기운이 차갑던 2월의 어느 날 출근하기 전 동생 집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생은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고, 이미 20년이 넘게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여태 아이들 잘 키우고 있다가 하필이면 학교 입학하는데 뭐하러 나가냐며 생각을 접으라고 했다. 문득 우리가 몇 살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나 올해 몇 살이니?”

“마흔둘? 마흔셋?”

“그럼 넌?”

“서른아홉”

“내년이면 너도 마흔이니?”      


나이가 들면 외모가 어떨지 조차도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나도 동생도 중년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벌써 작년 일이다.      


‘딸 셋의 장녀’

‘남편과 딸아이 하나를 두고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11년 차 주부’

‘피아노 교습소를 열어놓고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지 올해로 20년이 되어가는 선생님’     


이것이 나를 표현하는 객관적인 모습이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크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욕심 없이 그저 식구들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며,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경제력만 있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쁘지 않다’라는 표현은 아마도 ‘괜찮다’, ‘충분하다’라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적당히 타협한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가 조금 늦은 결혼을 하게 된 나는 당연히 전업주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여럿 만나다 보니 엄마가 집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봐왔기에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보다도 먼저였다.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것이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업주부가 되는 거라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현실의 내 남자는 모아 놓은 돈 한 푼도 없고,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 다니며, 도움받을 수 없는 홀시어머니에 형제라고는 이미 출가한 나이 차이 많은 누나 둘, 이다음에 어머니 부양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어느 것 하나 내가 기댈 수 없는 조건이었다. 친정은 시댁만큼 형편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집에 시집가는 딸내미한테 한밑천 보태주실 만큼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우리는 대출을 받아 용감하게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른이 넘어 결혼하면서 그동안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를 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현실을 모르는 바보라고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지만 생애 첫 남자를 만나서 결혼까지 자연스레 골인했던 내 삶이 후지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둘이서 일하니까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출발을 한 건 그래도 젊음의 패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현실이라는 말이 그때는 와 닿지 않았으니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앞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시야가 좁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아등바등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노력한 만큼 큰 결실을 얻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멋모르고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여러 가지가 버거운 줄 알았으면 영원히 젊지 않은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 계획했었어야 했는데 또 잊어버리고 그냥 가던 길만 바라보며 한없이 한없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나의 고민.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며 어떻게 하면 다가올 나의 미래를, 나의 중년을 준비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 요즘이다. 한번 도 생각하지 않았던 물음들에 대해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두렵다. 과연 나는 정확하게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미래의 나의 자리에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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