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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바비앙 Jun 08. 2020

두 번째 사춘기

여자 마흔


나는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던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별 굴곡 없이 살아온 인생이다. 아니 행복하게 살아온 인생이다. 물질적으로 엄청 풍요롭게 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먹고살기 힘들다거나 갖고 싶은 걸 하나도 못 갖고 살았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인자하신 부모님은 언제나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주셨고, 우리 세 자매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늘 관심을 가져주셨다. 공부를 잘하라고 강요하시지 않은 덕분에 공부에 대한 큰 부담도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순간에 대해서만 집중하면서 살았다. 유별했던 사춘기의 기억이 없다는 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식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니 진짜 순탄하게 지나갔었나 보다.   

  

흔히 마흔을 눈앞에 두고 흔들림을 느낀다는데 나에게는 조금 늦게 온 것 같다.

 어떤 이는 내게 말했다. 같은 일을 한번 도 쉼 없이 20년을 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20년을 채우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중간에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다면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런 의심 없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던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이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아아 들을 가르치는 나의 일, 공교육 교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나는 시장의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 제아무리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도 그 외의 어떤 것으로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고, 시장의 자원이 고갈될 수도 있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전자의 상황은 크게 느끼지 못하나 후자의 상황이 다가옴을 느끼는 중이다.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일과 휴식이 필요하다. 회사원에 비해서 일하는 시간은 적지만 그 강도는 그들을 능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작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화장실 가는 것도 불안하고, (꼭 나만 없으면 사고를 치는 녀석들이다.) 제때 밥 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하면서 얻는 보람과 성취도 컸지만 성대 결절과 위장병도 함께 내 삶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막연하게 하던 일을 변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작을 위해 한 발짝 발을 내디뎌 본 곳이 SNS 세상이다. 작년 초 블로그 강의라는 것을 처음으로 들어봤다.

뜨악!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세상이다.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나만 빼고 모두 반짝반짝하다는 것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 왔다는 건 똑같은데 모름의 수준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어쩜 재주들이 이렇게 많지?’ 나만 모르는 세계에서 미아가 된 느낌이었다. 

얌전히 동네에 앉아서 아이들과 생활한 나는 내가 하는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바보 멍텅구리였다. 하다못해 다른 취미라도 하나 있어서 일 외에 꾸준히 하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초라해 보이지 않았을까? 열심히 살았다는 지난날의 자부심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 인터넷 세상, SNS 세상이라는 곳이 알면 알수록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하고 있는 일이 없었더라면 절실함에 더 매달렸을까? 아직은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있으니 고민은 고민일 뿐 무언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면 지치지 않고 또 다른 20년을 지낼 수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춘기를 소리 없이 지내왔던 나는 그렇게 예고도 없이 두 번째 사춘기와 마주 서서 홀로 비바람을 맞고 있는 중이다. 이 방황이 끝날 무렵 나는 원하는 그 무언가를 찾았을지, 아니면 원래의 나의 길을 그대로 가고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원하는 일을 찾았든지 찾지 못했든지 간에 이 치열했던 고민으로부터 빠져나왔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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