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20년간 링 위에 서 있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들어 올 지 모르는 주먹에 넉다운이 되지 않기 위해 늘
주위를 살피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예상되는 주먹을 피해 본 적도 있고, 미처 막지 못해 주저앉아 본 적도 있지만 늘 다시 일어나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보냈던 시간들이다.
코로나 강펀치를 맞고 쓰러져 있다가 비틀거리는 마음을 겨우 추슬러 일어났다. 2학기가 되면 좀 괜찮아질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시작했다. 아이들의 다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할 일이 있고, 나를 기다려 주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몇 명이 있든 간에 다시 시작하는 이 시간을 감사하게 여겼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일은 더 늘어났다. 청소는 평소보다 몇 배 힘들어졌고, 열체크에 손 소독 체크까지 잡다한 일 이 훨씬 더 생겼다. 꼬박꼬박 점검을 나오는 시청, 교육청의 감독관들에게 일일이 보여줘야 하는 서류까지...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끌고 가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수업에만 집중하고 싶다고요!!! 제발 아무 때나 불쑥불쑥 오지 마세요!! 조사하지 않아도 다 한다고요!! 당신들보다 내가 더 절박해요!!)
시간당 인원을 넘기지 않도록 시간 분배를 잘해 놨는데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한 잦은 수업시간의 변경 요청... 끼워 넣을 시간이 적당치 않음에 요구를 다 수용하고 나면 퇴근시간은 무의미 해 진다.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 지원금. 이건 도대체 누가 받는 건가? 얼마 전 긴급하게 준다는 지원금은 집합 금지 명령 시설이 아니라고 못 준다고 하니, 코로나가 학원 교습소 가려서 영향이 있는 건지...
아무리 자발적으로 수업을 중단했지만 20년 동안 꼬박꼬박 성실 납세했거늘 나라에서 그 정도 도움도 못 받는다 생각하니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2.5단계, 다시 도돌이표가 되었다.
전에 없었던 학원. 교습소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번에 흠칫 두들겨 맞아 맷집이 생긴 건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모퉁이에서 다시 가드를 올리고'
- 가드를 올리고 본문 중-
링의 모퉁이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금. 나는 다시 한번 더 가드를 올려야 할까?
한번 더 버티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어 있을지....
지겨운 도돌이표가 끝나고 마침표가 되길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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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는 그림책으로 글 씁니다.’에서 임리나 작가님과 함께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