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금사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by 백수광부


"너의 손가락을, 손을, 팔뚝을, 가슴을, 뺨을, 눈꺼풀을, 혀를, 치아를, 다리를 애착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다고 해도 좋다."

⟪소년⟫ 中



열도에서 이 문구가 BL(남남상열지사)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인용문의 소설 제목은 ⟪소년⟫. 작가는 ⟪설국⟫으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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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BL 소설’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에만 실려있고 출판된 단행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와바타 야스나리 서거 50주년 기념으로 신초샤에서 출판될 때는 가와바타가 쓴 BL 작품이란 특징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마케팅의 방향 역시 그쪽으로 잡았다.


출간 전 보도 자료를 배포하자 미디어의 문의가 쏟아지고 SNS에서도 앞서 말한 인용구와 BL 소설이란 조합 때문에 주목을 받았고 순문학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3만부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초샤의 문고본 출간 이전에는 국내 출간이 성사되지 않았다지만 문고본 출간 후 국내 출간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일본에서의 성공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문학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남남상열지사에 대한 집념 어린 사랑이 낳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랑의 힘이 위대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소년⟫의 내용 및 인용구가 많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권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년⟫에서 어린 시절 요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칠삭둥이라는 약한 몸으로 태어나 아버지는 세 살, 어머니는 네 살 때, 소학교(초등학교) 때는 할머니와 누이, 중학생 때는 소설 속에서도 언급되듯이 사촌누이와 하나뿐인 할아버지도 죽는다. 심지어 외삼촌까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요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던 때를 지나 이 작품을 쓰는 쉰 살까지도 죽음의 그림자는 가와바타를 떠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시체가 겹겹이 쌓여 간다는 느낌도 쉰이 되면서 깊어졌다. 문학판의 동료들이 잇달아 죽어 나갔다. 다들 나보다 체격이 좋았다. 죽는 사람이 하도 많으니, 목숨만 붙어 있어도 언젠가는 행운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도 강해졌다. 누군가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고, 헤어지지 않는 건 더 어려운 일이지만, 오래 산다면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소년》, 북다, 2025, 8p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만화 같은 매체의 등장인물이 이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나서 주변 사람이 불행하다. 또는 내 주위에 있으면 저주를 받는다.

가와바타는 건강한 몸은 아니었기에 앞서 말했듯 요절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선택으로 세상을 등질 때까지 죽음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을 것이다.

가와바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그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를 택하지는 않았다. 그가 집착한 것은 독서와 문학, 그리고 아름다움이다.


육체의 미, 육체의 미, 용모의 미, 용모의 미. 나는 얼마나 미를 동경하고 있는가. 나의 몸은 역시 창백하고 힘이 없다. 나의 얼굴은 약간의 젊음도 깃들지 않고, 누렇게 그늘진 눈은 날카로이 충혈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빛난다.

같은 책, 112p


유일하게 남은 육친인 할아버지가 있을 당시도 소년은 누군가의 온정이 그리웠다.


벗의 작문이 끝난 뒤 언제나처럼 아버지 어머니까지 다섯 명이 화로에 둘러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화제가 이리저리 뒤바뀌어 주마등 같다. 늘 그렇듯 이 집안사람들의 온정은 더없이 기쁘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는 나는 만인의 사랑보다 두터운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 집안사람들의 사랑으로 살았다.

같은 책, 26p


할아버지를 잃자, 소년은 외삼촌 집에 기거하게 된다.

가족이 없는 소년을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보고 무슨 말들을 했을까? 소년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북토크에서 정수윤 번역가님이 말씀하시길 당시에는 책방에서 책을 외상으로 빌릴 수가 있었는데 분기 때 날아오는 영수증에 적힌 그 액수가 현재로 따지자면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다고 한다. 독서는 가와바타에겐 중요한 안식처였다. 그리고 이 책값 때문에 가와바타는 반강제로 작품의 무대가 되는 중학교 기숙사에 가게 된다.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소년을 위로해 준 따뜻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담은 원고가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이다. 이 원고를 수정해 전반부는 28세에 개작, 가와바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즈의 무희》가 되었고 후반부는 《소년》 의 주요한 이야기인 중학교 기숙사에서 만나게 된 미소년 후배 세이노라는 소년에 대한 추억을 다루는 글이다.


《소년》은 가와바타가 ‘미야모토’란 이름의 화자가 되어 쉰 살 기념 전집을 출간하면서 전집에 실린 원고에 대한 이야기와 일기, 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술회하는 사소설이다.

본인의 회고, 편지, 일기.

회고는 그렇다 쳐도 편지와 일기를 보여주는 방식은 내밀한 가와바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효과가 있다.

특히 화제가 된 인용문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이들은 더 기대를 할지도 모른다.


⟪잠자는 미녀⟫를 쓴 변태 영감 아니, 외로운 소년이 보여주는 중학교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설국〉 을 떠올려보면 열도의 BL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기대가 후지산만큼 높아졌을 것은 틀림없다.

BL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남자 기숙사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금단의 사랑을 대문호의 솜씨로 아름답게 표현하리라고.


결핵에 걸린 후유증으로 아픈 다리를 끌고 온천에서 요양하는 가와바타. 아버지와 어머니가 요절한 나이를 넘은 쉰 살의 가와바타는 온천만큼 따뜻하게 그를 위로해 준 소년에 대한 추억을 돌아본다.


그.러.나 자신을 위로해 주던 소년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가와바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다른 미소년들에게 돌아간다.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소년 세이노와의 추억뿐만이 아니라 중학교 시절 그가 접하는 모든 미소년을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인 ‘나’(미야모토)가 언급하는 미소년들의 숫자는 꽤 놀랍다.

다카기, 후쿠에이, 니시카와, 아사다, 가쿠가와, 가키우치, 고이즈미, 1학년생 N, 1학년생 M, 시라카와, 플랫폼에서 본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년. 이렇게 총 11인이다.

가키우치의 경우 교장실로 불려 가 가키우치에게 편지 좀 그만 보내라는 훈시를 들을 정도였고, 플랫폼에서 본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년은 기차의 같은 칸에 타서 그 소년이 내릴 때까지 병적인 망상을 한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소년은 금사빠였다.


‘나’는 세이노가 믿는 종교인 오모토교의 2,3대 교주도 만나게 된다. 오모토교에 대해 실망을 하고 신랄한 비판을 하는 이유 역시 이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오모토교에 실망하는 계기가 바로 2, 3대 교주의 평범한 외모 때문이다. 신자인 세이노 소년의 외모가 더 훌륭하기 때문에 세이노가 신 이상이며 차라리 나에게 귀의하라는 기록까지 할 정도다.


세이노가 신자임을 감안하더라도 분량이 많지 않은 작품에서 2, 3대 교주에 대한 실망, 그리고 세이노가 머무르고 있는 사가를 찾아간 이야기 등 오모토교에 대한 비중이 적지 않다. 어쩌면 ‘나’야말로 종교를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믿음이 있는 소년의 마음이 부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나’는 세이노처럼 의심하지 않고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며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모토교와 같은 종교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가와바타는 어쩌면 남자 기숙사의 카사노바, 옴므 파탈, 마성의 남자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이노, 고이즈미……? 나는 더욱더 사랑에 불타는 소년들과 방을 만들고 싶다."

같은 책, 107P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앞서 인용한 112p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 또한 문예잡지의 친목회에 참석해달라는 편지를 받고 기뻐하며 새 옷과 돈을 찾아가려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포기한다.


친목회에 모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나의 연령은? 거기다 지식은? 더 중요한 나의 풍채와 용모는?

같은 책, 113~114p

자신의 재능도 의심하고 있다.

미술 시간에 S군에게도 말한 것처럼, 나는 고등학교를 거쳐 제국 대학에 진학한다면 차라리 문학을 다루는 학자가 되는 게 어떨까 싶다. 창작 쪽 재능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면서 사실 요즘 나의 마음은 그런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붓을 놓은 건 아니다. 아니 놓을 수 없으리라. 먼일이다.

같은 책, 122p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외모에 실망하고 있었다. 그가 미남이 아니라 다행이다. 세이노 뿐만 아니라 11인의 미소년에게도 눈이 돌아가는 남자가 미남이었다면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바라는 다자이 오사무를 꾸짖을 정도의 청빈한 삶의 사람이 아니라 당대의 유명한 카사노바가 되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다른 시간 선에서는 다자이 오사무가 아쿠타가와상을 타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와바타는 미소년이 아니고 사랑한다는 말 역시 꺼낼 용기가 없는 소년이었다.


작중에 흥미로운 문구가 하나 있다.

이것도 나이 탓인지, 나는 요즘 사람을 그 생애의 흐름에서 보고, 현재를 역사의 흐름에서 보는 버릇이 들었다.

같은 책, 9p

소년은 앞서 말했듯 BL(동성애)을 다루는 소설이다. 플라토닉한 사랑을 다루지만, 육체의 욕정이나 성애의 묘사가 희미한 이유는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성향을 가진 소설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모델은 있지만 자신을 위로하려는 목적의 소설에 강렬하고 섬세한 정사의 묘사를 하면 그것도 좀 곤란할 것이다. 그리고 가와바타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화제가 되었던 인용구를 부정하는 서술도 작중에서 등장한다.

물론 나는 너에게, 팔뚝, 입술, 사랑 따위 단어는 단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고, 늘 어느 틈엔가 몸이 다가와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관계를 맺는 건 상상만 했지 실현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지. 그건 네가 더 잘 알 거다.

같은 책, 37p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용기는 언제쯤 생길까. 슬픈 일이다.

같은 책, 109p

무엇이 사실일까? 이들이 나눈 사랑은 진짜일까? 관계를 한 것일까? 대체 어느 정도로 관계를 했다는 것인가?

세이노의 말을 다시 살펴보자.

제 몸은 선배에게 맡겼으니 원하는 대로 하세요.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세요. 잡아먹든 데려가 기르든 정말로 선배 마음이에요.

같은 책, 101p
“나의 펭귄이 되어줘.”라고 말하자, “되어 드릴게요.”하고 말했다.

같은 책, 106p
제가 이제껏 만난 친구 가운데 저를 다정하게 사랑해 준 이는 없었습니다. 딱 한 사람, 방장님만을 믿고 있었습니다. 아아, 저의 진정한 벗은 이제 미야모토 선배 단 한 사람입니다. 단 한 사람의 벗을 저는 믿습니다. 이 세상에는 불성실한 사람뿐이라고 저는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한 사람의 벗과 함께, 그 벗을 지팡이로도 기둥으로도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저의 불행을 가여워해 주십시오.

같은 책, 162p
짐승과도 같은 세상, 인간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진실한 사람이 없습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의 마음은 짐승에 가까워집니다. 저는 진실한 일본 혼을 가진 훌륭한 인간 혼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짐승의 지배 아래에 놓이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미야모토 선배, 세상을 싫어하던 제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뻐해 주십시오.

같은 책, 164p

과연 이런 말을 실제로 세이노의 모델이 되는 소년이 했을까?


《소년》은 논픽션의 형식을 빌린 사소설이다. 과거의 추억을 회고하고 있지만, 연구에 의하면 가상의 원고로 짐작되는 ⟨유가시마에서의 추억⟩, 그리고 작중에 언급되는 일기, 예전의 원고 등을 엮고 다시 소설로 재구성한 것은 ‘사람을 그 생애의 흐름에서 보고 현재를 역사의 흐름에서 보는’ ‘나’, 가와바타 야스나리다.


어린 시절 가족들을 잃어 누구에게도 마음을 온전히 주기 힘들었던 소년, 가와바타는 평생의 반려가 되리라고 생각한 이토 하츠요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했지만, 이유도 모르고 일방적인 파혼의 편지를 받는다. 파혼의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진다.


파혼의 충격을 받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연도가 1921년이며 파혼의 아픔을 겪은 다음 해에 ⟨유가시마에서의 추억⟩ 원고를 작성했다고 작중에서 밝히고 있다.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의 전반부를 개작했다는 ⟪이즈의 무희⟫를 썼을 때가 파혼의 아픔이 남아있을 무렵이라면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의 후반부인 〈소년〉 을 실제로 쓰거나 퇴고했을 때(1948~1952년)는 주변의 문인들도 하나둘 떠나고 일찍 여윈 부모의 나이를 넘어선 쉰 살의 ‘나’다. 어린 시절 보았던 미소년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 생각하는 허무함이 더 깊어진 연령이다.


《소년》에서 세이노의 편지는 작품 후반부에 등장한다. 앞서 인용구 중 세이노의 편지의 내용인 162p, 164p를 보면 진짜로 이렇게 편지를 보냈을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작중에서 왜 이런 구성을 택했을까.

파혼을 통보받았을 때 글의 형식은 편지였다. 쉰 살이 되었지만, 가와바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던 경험이다.

그래서 고아인 자신을 아무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신처럼 추앙하고 자신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을 해주었던 모델을 모티브로 세이노라는 소년의 손을 빌려 그 편지라는 형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의 전반부를 개작했다는 ⟨이즈의 무희⟩에서도 마지막 문단에 온기를 전해주는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이 대나무 껍질로 싼 음식을 펴서 권하였다. 나는 그게 남의 것이라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김초밥 같은 것을 먹었다. 그리고 소년의 학생 망토 속으로 기어들었다. 나는 누가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 주어도 그것을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름다운 공허함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중략)
선실 전등이 꺼져 버렸다. 배에 실은 생선과 바닷물 냄새가 강해졌다. 어둠 속에서 소년의 체온으로 온기를 느끼며 나는 눈물을 나오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가 말은 물이 돼서 주르르 흘러넘치고,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달콤한 상쾌함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입섭 옮김, 《이즈의 무희. 천 마리 학. 호수》, 을유문화사, 2010년, 전자책

이 인용문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무희와의 이별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배에 왜 소년이 같이 올라타게 됐을까. 이 소년 역시 실제 모델이 있다고 하지만 《소년》에 등장하는 세이노 소년의 편지와 비슷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가와바타가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소년의 모습이 되어, 외롭고 상처가 많았던 스무 살의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소년〉 의 완성으로 ‘나’, 미야모토가 가상의 원고로 추측되는 ⟨유가시마에서의 추억⟩과 세이노의 편지를 불태우며 막을 내리는 소설은 73년의 세월이 지나 국내에 번역되었다.

아름다움은 덧없이 사라지더라도 사랑에 불타는 독자들이 있는 한 유가시마의 소년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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