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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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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Apr 09. 2019

계란 후라이

테두리는 빠작빠작하게

계란 후라이는 한국인에게 밥, 김치 다음으로 가장 친숙한 음식이 아닐까.


맞벌이 부부로 열심히 일하시던 부모님은 저녁때까지 항상 집을 비우셨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점심밥은 학교에서 줄지언정 저녁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와 한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은 함께 있던 시간만큼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많이 밥을 같이 먹기도 했다.


가스레인지를 처음 만져보던 그 순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라면 같은 어려운 요리는 해내지 못하지만 계란 후라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흥분했었다. 가스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놓고 식용유를 콸콸 부었다. 어느정도 기름을 넣는지 감이 없었기 때문에 튀겨질 정도의 양을 넣었다. 그리고 바로 계란을 깨트려 넣었다. 작은 계란 껍데기 정도는 들어갔을 거라 짐작한다. 초등학교 3-4학년 되는 아이가 능숙하게 깰 리는 없을 테니.


첫 번째 실수는 식용유를 과하게 넣은 것. 두 번째 실수는 팬이 달궈지기 전에 계란을 넣은 것이다. 오래된 팬은 계란이 올려지고 불에 달궈지자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뒤집개로 뒤집으려고 하는데 계란이 바닥에 붙어서 잘 안 떼어진다. 흰자도 노른자고 다 달라붙어 스크램블 같은 모양이 되었다.


첫 시식의 희생자는 고등학생이었던 언니였다. 기름범벅에 못생긴 계란 후라이를 언니는 맛있다며 먹어주었다. 실패작이었던 계란 후라이때문인지 고마운 언니덕분인지 이 기억은 꽤 강렬하게 남아있다.



십여 년이 지난 교환학생 시절, 이때 역시 혼자 살면서 밥 챙겨 먹기는 쉽지 않았다. 밥은 그나마 한꺼번에 해놓고 소분해 냉동하였지만 반찬이 문제였다. 초반에는 소고기도 사와 스테이크고 해 먹고 돼지고기로 장조림도 해 먹었다지만 그때뿐. 부지런하게 음식을 해 먹어야 하는 것이 왜 이렇게 귀찮았는지.


가장 간단하게 찾아낸 밥 먹기는 역시 계란 후라이였다. 냉동된 밥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질 시간 동안 넓적한 접시에 계란 한 알을 깨트린다. 후추 솔솔 소금 한 꼬집. 밥이 다 데워지면 계란 접시로 바꿔 1분 30초를 돌린다. 노른자가 터지기 직전에 바로 꺼내면 기름기 없는 계란 후라이가 완성된다. 배는 고프지만 많은 시간을 들일 여력이 없던 그때 나에게 꽤 괜찮은 먹거리였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란 후라이는 테두리가 빠작빠작한 반숙 후라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지도 모르지만..


넓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열이 오를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능숙한 솜씨로 계란을 깨어 넣고 역시 후추와 소금을 조금 뿌린다. 그리고 팬 뚜껑을 덮는다. 약불로 약간 기다리다가 센 불로 바꿔 가장자리가 잘 튀겨질 수 있도록 지켜본다. 맛있어 보이는 어두운 갈색으로 가장자리 색이 변하면 젓가락으로 조심히 들어 접시에 옮겨 놓는다. 당연히 옆에는 밥과 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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