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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Aug 13. 2020

메콩강 일일투어, 강렬하고 덥고

그럴싸하게 호찌민 즐기기 2

글을 시작하기 전, 코로나의 영향으로 여행을 가는 기회가 한정되다 보니 지난 여행을 추억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처음에 멋모르고 가게 된 여행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챙겨야 하는지 몰랐기에 실수가 많았다. 왜 가는지 몰랐던 여행은 무료한 일상에 자극을 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유롭게 다녀보지 못한다는 상황이 조금은 서글픈 요즘, 기억을 더듬어 써본다.




여행은 자유 일정으로 출발하지만 그중 하루 정도는 종일 투어나 반나절 투어를 하는 것이 기본 루틴이 되었다. 여유로운 여행에서 하루 정도의 여행사 이용은 일정에 자극을 주는 좋은 촉매제다. 호찌민은 사람들이 많은 말 그대로 도시이다. 사람들로 치이는 도시 근교로 나가서 조금 다른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용한 투어는 메콩강 투어였다. klook이나 kkday 같은 여행 플랫폼 사이트에 '메콩강'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으로 주는 간단한 반미를 챙겨서 거리로 나왔다. 호찌민의 여행자 거리라고 부르는 데탐(Đề Thám) 거리에 투어사가 있어 그곳으로 걸어가 3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렸다. 한국인 전용이 아닌 영어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다양한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아침부터 매우 더운 날씨였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것이 감사할 지경이었다.


두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메콩 휴게소(MEKONG REST STOP)에 내려준다. 이곳에서 잠시 요깃거리도 하고 볼일도 볼 수 있게끔 시간을 주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휴게소라고 불리는 장소가 꽤나 매력적이었다. 한국에서 휴게소라고 하면 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양산적인 직사각형 건물에 휴게 시설들이 늘어있는 모습이다. 그런 삭막한 모습만 상상했는데, 여기 메콩 휴게소는 과장하면 작은 테마파크인 것 마냥 인테리어가 조화로웠고 정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좋았다. 다양한 기념품도 함께 팔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빈트랑(Vinh Trang) 사원이 나온다. 19세기 초에 건설된 정원식 사원인데, 중국 양식과 베트남 양식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스타일이 섞여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장소 곳곳에는 큰 불상들이 위치해 있다. 종교가 있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 방문할 때에는 항상 경건한 마음을 지니고 방문한다. 옛날, 4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태국 생각도 났다. 참고로 이 사원을 방문하게 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더울 때이다. 베트남 특유의 무자비할 정도로 덥고 습한 날씨를 한껏 느낄 수가 있었다. 햇빛 가릴 아이템과 물을 넉넉하게 챙겨 올 걸 하고 생각했다.  공간이 탁 트여있고 조경도 이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친구와 계속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는 투어사와 연계된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한다. 기본 식사로는 밥, 야채, 고기, 계란 후라이가 나오며 추가로 다른 야채 볶음이나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음식에 나름 기준이 있는 나와 친구는 기본 음식 외에도 두 가지 정도 더 시켜서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이 외에도 투어사와 연계된 방문지를 두어 곳 더 방문했다. 코코넛 농장에 가서 코코넛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수십 마리의 벌들이 날아다니는 꿀 제조하는 곳에 방문해 과일 및 꿀차를 먹어본다. 강매하지 않는 이 정도의 상품 소개는 적절했다. 수 십 마리의 벌이 윙윙 거리는 곳에서 꿀차를 먹으며 공연을 보는 경험도 한 번쯤은 괜찮았다. 



메콩강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보트를 타러 갔다. 보트는 2명~4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모습이었다. 사공을 위한 팁 금액을 준비하고 배에 올라야 한다. 사공이 천천히 노를 저어주며 나아가고 풀숲으로 우거진 메콩강을 배로 지나는 것은 재밌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담으로 초등학생 시절, 생존하는 콘텐츠들을 좋아했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와 같은 생존 콘텐츠들은 나의 모험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주기에 너무나 적합했기 때문이다. 빼곡히 이어진 수풀들을 보면서 저걸 엮어서 무언가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우스운 생각들을 하면서 강을 지났다.




머릿속 어린 생각들을 멈추게 한 건 배앵- 하고 울리는 모터 소리였다. 먼저 간 관광객들을 내려주고 출발지로 돌아가는 보트의 모터 소리였다. '사공이 노를 젓고 있었는데..?' 나랑 친구는 어리둥절해 잠깐 마주 보고는 깔깔 웃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와 로밍으로 카카오톡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곳은 기술의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안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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