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신작 '온워드 Onward'
한 달에 영화 한 편은 꼭 보려고 한다.
온워드 Onward 영화 개봉 일정이 미뤄지고 나서 봐야지 하고 생각해 두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 칼퇴를 했고 집에 들어가기는 싫은 그런 날. 온워드를 예매 했다.
평일 저녁에라 그런지 아이들은 많지 않았고 나와 같이 혼자 보러 온 어른들이 대다수였다.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픽사 영화들이 다 멋지고 좋은 영화인 것은 알지만 예고편만 봤을 때 단순히 형제가 모험하는 이야기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입견을 줬던 것은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을 했기 때문에 디즈니 소서러스 아레나라는 게임에서 먼저 온워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마법 공격을 하는 이안과 탱커 역할을 하는 발리, 그리고 누가 봐도 악당처럼 보이는 만티코어를 보면서 혼자만의 예상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것이다.
내 생각보다 훨씬 친근한 영화였다. 다른 판타지 영화와 달리 온워드는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다. 인간과 강아지가 아닌 엘프와 드래곤으로 나올 뿐이다. 학생은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엄마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홈트를 한다. 중세 판타지 느낌을 살린 건물이나 생활 디자인들이 창의력 넘쳐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스토리가 크게 개성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흔한 플롯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변주하는 픽사 고유의 진행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온워드 전에 개봉했던 '코코 Coco'도 그랬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살려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마블 히어로를 성우 캐스팅
이 영화를 보면서 두드러졌던 관람 요소 중에 하나는 스타 성우 캐스팅이다. 마블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로 유명한 크리스 프랫과 톰 홀랜드가 주인공 형제로 연기를 펼쳤다. 사실 나오는 것만 알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른 채로 봤었는데 딱 들으니까 알겠더라. 목소리를 들으면서 유추하는 것도 재밌었다. 아빠 윌든의 목소리가 발리랑 비슷해서 누군지 찾아봤더니 존 래천버거였다. 브루클린 나인나인에서 보았던 배우였는데 찾아보고 반가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메이킹 영상이나 OST를 쭉 훑어보는 편이다. 많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여러 토크쇼에 나와서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크리스와 톰은 항상 만나서 녹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실제 영화와는 달리 공간의 제약 없이 개별 작업이 진행 가능한 것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징인 것을 다시 느꼈다.
조연의 돋보이는 역할
최근에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기존에 사람들 인식에 자리 잡고 있는 고정적인 스토리 플롯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들이 보인다. 온워드를 보면서도 그렇게 느꼈다. 단순히 초기에 나오고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줄 알았던 엄마 로렐과 만티코어는 중간중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존재감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소서러스라는 게임에서 만티코어를 보고 너무나 나쁜 악당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헐랭하고 귀여웠다.
엄마와 만티코어뿐만 아니라 경찰들 그리고 작은 요정들의 등장은 이야기 흐름에 방해되지 않고 소소한 웃음을 주는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작은 요정들을 폭주족으로 표현한 것도 창의적인 발상 중에 하나이다. 작고 귀여운 요정이 그렇게 성질 고약할 줄이야.
생각해보면 나도?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빠를 만나기 위한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토리가 클라이맥스에 달하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자 왠지 모르게 나도 위로를 받은 것이다. 참 당연하게도 생각했다. 양보하는 게 당연히 윗사람이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안이 만나게 될 장면을 떠올렸다. 그러나 동생은 형에게 그 기회를 주었고 형은 그 순간을 마음껏 누렸다. 발리는 그 때 무슨 기분이었을까.
가족은 참 그렇다. 오랜 시간 동안 알아왔기에 상대방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많았다. 동생하고 여행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랬다. 동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듬직했고 생각이 깊었다. 갔다 와서 관계가 극적으로 친밀해졌다고는 못하지만 서로를 좀 더 배려할 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내 주변에 있는 내 사람들이 생각난 것이 사실이다.
제목에 참 충실한 영화다. '앞으로 나아가는'이라는 뜻의 온워드는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인생,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슬픈 것은 슬픈 대로, 기쁜 것은 기쁜 대로 안고 가는 삶의 담담함을 담았다. 당연하지만 멋지고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보편적인 주제로 시작해서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