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팬데믹의 곡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느껴진 탓인지,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높은 확산 수치를 자주 보게 되는 매일입니다. 각종 업계에서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장기적인 타격을 입고 있기도 하고요. 오늘은 그 중 한 업계의 마케팅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바로 항공사입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일상에 깊숙히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항공업계의 미래는 끊임없이 고공비행할 것만 같았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점점 높아지면서, 비즈니스 목적 이외 여행객의 수요도 점차 높아지는 등 국내/국외 가릴 것 없이 비행기는 꾸준히 상공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지난 해부터 쉽게 넘나들 수 있었던 국경선이 이제는 좀처럼 넘기 힘든 높다란 벽이 되었고, 해외를 오가던 여행객들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제일 큰 수요를 자랑했던 관광길이 가로막히니 항공업계는 한 순간에 위기의 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년간 기업을 운영해오는 입장에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테죠. 이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 끝에 한 분야에서 변화를 주기 시작합니다. 고객을 유입하기 위한 이색 마케팅으로 말입니다.
이들이 생각한 새롭게 날아오르는 방법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한항공의 티켓 커스텀 케이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의 주가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업계에서 염두해두고 있는 사실입니다. 대한항공 역시 이를 활용하기 위해 실제 항공권을 모티브 삼아, 휴대폰 및 무선 이어폰의 커스텀 케이스를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커스텀 제작 방식이라 주문해도 1~2주를 기다려야 하지만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제품에 커스텀을 할 때 이름과 편명, 도착지와 출발지, 출국 날짜, 좌석번호까지 직접 고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일상이었던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여행 자체가 꽤나 특별하고 희귀한 일이 되었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여행 가는 기분을 선사한 것입니다.
소비 트렌드가 아무리 빠르게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MZ세대를 단 한 번이라도 공략하느냐 마느냐는 영향력에 있어서 꽤 큰 차이를 보입니다. 대한항공도 이 세대들이 관심있게 사용하는 제품의 케이스에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잘 활용한 경우인데요. SNS에도 업로드함으로써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가기도 하며, 여행을 케이스에 보관한다는 감성을 자극할 수도 있는 부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착륙 비행
비행기를 타게 되면 항상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항공기는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착륙 없이 오로지 '비행'만 하는 여행을 말하는 것인데요. 다른 나라의 영공까지 도달하여 선회비행을 하고, 입국도 다시 출국 공항으로 하는 것입니다. 비록 가고자 하는 나라에 착륙하여 이전처럼 여행을 즐길 수는 없지만, 출국 수속을 밟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은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마음 편하게 누리지 못할 여행이라도, 언젠가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다가올 편안한 여행을 위한 준비라고 할까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이벤트는 계속되었습니다. 대한항공에서는 오전 10시 30분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강릉-동해안-부산-대한해협-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오후 1시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의 항공기를 운행하기도 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탑승하여 하늘에서만으로도 전국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으며 그간의 갈증을 해소했다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티웨이항공에서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상품을 선보였는데요. 일몰 항공편은 오후 4시 출발, 일출 항공편은 오후 6시에 출발하여 그 포인트에서 해를 감상 후,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일몰/일출 명소가 있지만 상공에서 해를 감상한다는 것이 특별하면서도 또 다른 감성 포인트가 되었죠. 사람들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아실 텐데요.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새해 1월 1일 전날 등 특별한 날에 운항하며, 2~3시간 동안 특별한 비행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에 항공사 측에서 준비한 담요, 새해 달력, 쿠폰 등 선물까지 제공하여 어려운 시기에도 여행을 갈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이들은 상공비행의 장점을 살린 이벤트를 기획하여 기존의 여행객들에게 즐거우면서도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직접적인 여행은 못하더라도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을 강조한 것인데요. 항공사에서 특별하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을 잘 활용하여, 코로나 이후에도 고객들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띕니다.
제주항공의 기내식 카페 '여행맛'
비행 동안에만 즐길 수 있는 요소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저는 기내식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이번 사례가 기내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기차는 물론 비행기 내에서도 취식 행위가 어려워져 많은 분들이 불편함과 아쉬움을 겪곤 하는데요. 이 기내식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이색 마케팅을 펼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 항공인데요. 국내 항공사 최초로 팝업 형태로 기내식 카페를 열게 되면서, 기내식 인기 메뉴 4종과 승무원이 직접 제조한 각종 음료, 굿즈 등을 판매했습니다. 컵홀더에는 항공기 티켓을 프린트하여 실제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죠. 실제 기내에서 사용하는 카트까지 카페에 배치하며 하늘길이 아니라도 지상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연출한 것입니다.
단 3개월 정도만 팝업으로 열린 카페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으며 여행에 대한 갈망을 하는 수요가 많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비행으로 시작하는 여행의 감성을 지상으로 옮겨 놓으면서 많은 고객들이 특별하고 남다른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현재 2,3호점까지 오픈이 확정되었습니다. 오히려 방문하기에도 더욱 편하고, 이색적인 항공사의 모습에 이슈가 되니 항공사 측에서도 코로나에 굴복하지 않는 홍보 효과를 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항공업계는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조금이라도 빨리 발길을 돌린 항공사는 본질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색다른 홍보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개의 사례도 사실상 항공사만이 추진할 수 있는 마케팅입니다. 장점을 강조한 마케팅은 꽤 오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라는 큰 기회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큰 타격이긴 하지만, 이들은 언젠가 편히 다가올 여행을 준비하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기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기업들이 이제는 넓은 지상으로도 발을 뻗쳐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말입니다. 위기를 올바르게 기회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겟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타겟이 영원하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기업 측에서는 고객은 늘 잠재적일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마케팅 방식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방식이 다소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업의 새로운 인식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 영향으로 타겟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