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범위는 너무나도 넓습니다. 어떤 행동이 마케팅이라고 뚜렷하게 정의하기가 모호할 정도로 갈래도 많고, 각각의 깊이도 모두 다르죠.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 CRM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SNS 마케팅 등 'Marketing'이라는 단어 앞에 위치할 수 있는 이름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 행동은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가질 고객을 찾아서 구매로 이어지도록 광고부터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까지 모두 기여하게 되는데요. 한 문장만 들여다 봐도 마케팅이라는 세 글자가 가진 힘은 만능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숫자, 그래프와 친한 성과 집중 형식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랍니다. 성공을 향한 무수한 길 중 하나, 다양한 실험을 통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명 '과정 주의' 그로스 해킹이 있습니다. 지난 번에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한 번 다룬 적이 있죠. 오늘은 반대로 이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단어가 꽤나 생소하죠. 영어 단어가 합쳐져 하나의 새로운 단어가 되었는데요. 'Growth + Hacking', 성장을 위한 해킹이라고 봐야 할까요? 정확한 뜻을 살펴보자면, 상품 또는 서비스와 관련된 실험을 계속 실시하면서 개선사항을 점검하고 이를 반영하여 꾸준히 성장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성과를 내기 위해 여정을 추적하여 마케팅 방안을 개선하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면, 그로스 해킹은 제품의 개발부터 기존의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단계까지 전체적인 성장을 총괄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마케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개발, 즉 시작부터 전체 과정을 놓고 성과에 대한 개선 방향을 다양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방법을 적용해본 기업들도 꽤 많습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국내 사례 중 하나만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채용 플랫폼인 '로켓펀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용하지만, 초창기에는 고객을 이끌기 위해 블로그 채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했습니다. 개발자 인터뷰나 '개발자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등의 콘텐츠로 점차 인기를 끌었고, 어느새 사용자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채널이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대부분 블로그 콘텐츠만 소비가 되고, 사이트를 빠져나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이트 유입을 위해 다방면으로 콘텐츠를 발행한 것인데, 정작 원하는 루트로 유입이 되지 않으니 답답해지겠죠.
이렇게 홈페이지 방문이나 회원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분석을 했고, 이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콘텐츠만 소비 후 이탈률이 높은 블로그를 활용하는 것이죠. 이들은 블로그에서 콘텐츠를 보고 나면 원클릭으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보이는 방법이지만 간편하고 빠른 방법을 이용하여 시간도 적게 들이면서 유입률을 높였는데요. 그 결과 적용 전 대비 회원 가입 비율을 300%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극적인 성장의 뒤에는 초창기부터 조금 특별한 생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생각이 자리했습니다. 조금 이해가 되셨다면, 이번에는 좀 더 유명한 해외 사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에어비앤비 많이들 이용하시죠? 그로스 해킹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름 자체도 여기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인데요. 초창기 이 기업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소비자와 시장을 먼저 분석 후,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의 진위여부를 살펴나갔습니다. 자신들의 고객이 어디에 많은지 살펴보던 중, 벼룩시장과 비슷한 직거래 커뮤니티 '크레이그리스트'라는 웹사이트에 잠재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크레이그리스트에 있는 고객들이 자신의 플랫폼으로도 유입되길 원했습니다. 기존의 이 사이트는 이용 방법이 다소 복잡하고, 수수료도 내야했기 때문이죠.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플랫폼에 호스트들이 민박 정보를 등록하면 크레이그리스트에도 동시에 무료로 등록되도록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숙박정보에 특화된 깔끔한 디자인이 많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고, 두 플랫폼에 정보가 등록되니 숙박을 찾던 사람들에게도 편리함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에어비앤비와 숙박 호스트들의 매출도 상승했죠.
크레이그리스트가 기존에 제공한 적 없는 기능을 에어비앤비가 해킹하면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낸 일화에서 그로스 해킹이라는 말이 유래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로스 해킹의 기법 중 하나인 A/B테스트를 활용한 사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종의 실험을 진행해보는 방법인데요. 아마존, 구글, 쿠팡 등 이미 많은 기법들이 이 기법으로 다양한 가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중 넷플릭스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비회원 콘텐츠 브라우징 실험입니다.
제품 디자인팀은 유저의 피드백에서 하나의 가설을 도출해냅니다. 비회원도 콘텐츠를 미리 검색해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한다면 신규 유저의 유입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는데요. 기존 디자인과 개선 버전으로 여러 번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과는 의외로 기존 디자인에서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반응이 더 좋을 것이라는 짐작과는 다른 현실이 나타난 것이죠.
넷플릭스를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알고리즘을 많이 겪어보셨을 텐데요. 이 또한 A/B 테스트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개인의 선호도와 일치하는 맞춤형 썸네일을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재생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한 이용자가 유독 한 배우를 좋아한다면, 똑같은 영화 콘텐츠의 썸네일이라도 해당 배우가 포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죠. 일명 '퍼스널 큐레이션'은 사용자의 데이터가 점차적으로 쌓이면서 품질 개선률도 함께 높여주게 됩니다. 고객의 이탈률도 낮출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나온 사례들이 이해가 되시나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어는 아무래도 실제 예시가 이해에 도움이 될 듯 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가져와봤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는 기법이긴 하지만, 이들이 꼭 필수 과정은 아닙니다. A/B테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다만 실험 횟수가 많아질수록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실험을 통해 고객의 선호 분야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데이터를 쌓으면서 사업의 리스크를 일부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위험은 미리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더불어 반복적인 실험은 구매 전환을 더 많이 유도할 방법을 이끌어내어 수익률을 증가시킵니다. 경쟁 우위도 높여 장기 고객을 만드는 계기도 마련됩니다. 가능한 많은 길을 걸어보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어비앤비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창기부터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이죠. 그만큼 리스크 감당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과 실험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로스 해킹과 비슷한 듯 합니다. 다만, 퍼포먼스는 구매 여정이 시작되었을 때 그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라면, 그로스 해킹은 여정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땅을 잘 다져놓는 긴 과정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가설, 테스트와 친한 기법이죠. 둘 다 유용한 마케팅이기는 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싶은 분들, 소비자가 원하는 분야부터 파악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렇게 인사이트를 얻어 해석하는 과정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조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지만, 그 솔루션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데이터들이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기술이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지금,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끄집어내어 효율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솔루션다운 솔루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 테스트 결과를 통해 이후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