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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May 20. 2019

세상을 바꾸는 용기

주말의 여가시간을 이용해 뮤지컬을 보았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연기력과 가창력, 그리고 무대를 가득 메워주는 퍼포먼스들은 어느 프로들의 못지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주제로 광부들의 자유를 향한 싸움을 그린 내용이었다. 3시간 남짓의 공연 안에 흑인과 백인, 회사와 광부, 상류층과 노예들의 갈등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 변질되는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까지 꽤나 직설적으로 표현되었다. 공연 내내 나의 감정은 슬픔과 분노, 기쁨과 감동의 감정들을 옮겨 다녔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들을 볼 때면 뭉클하면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학창 시절 역사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과거의 조상들이 싸운 덕분에 우리가 자유로운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많은 싸움과 전쟁들이 있었지만 자신들의 삶을 찾기 위한 싸움이 나의 마음을 울리곤 한다. 태어날 때부터 빼앗겼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얼마나 억울한 삶을 살아왔는지 느낄 수가 있다. 물론 내가 간접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다. 태어나니 사회적으로 낮은 사람이었고 이유도 없이 그들의 사상 속으로 들어간 누군가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야만 했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상류층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세뇌되어버린 그들은 말 그대로 닭장 속 독수리와 같다.

 

세뇌,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사상을 뇌리에 주입하는 일.

 

자신이 세상에 나올 때, 아니 어쩌면 그 훨씬 오래전부터 차별을 받아온 사회적 약자들은 늘 존재해왔고, 그들을 차별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억압받던 본인들조차 당연한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유를 찾기보다는 수긍이 빨랐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만약 저곳에서 같은 취급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조금 달랐을까.

 

어렸을 때부터 세뇌당한 나라면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용기를 과연 가졌을까. 자신은 없다. 당시 목숨이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존재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맞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한다면 결국 ‘죽음’이었다. 죽음은 생각보다 어두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내가 과연 저 막막한 죽음을 대가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픔이 많은 나라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는 사람으로서 받을 수 없는 치욕까지도 받아야만 했고,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응어리가 남아있다. 전쟁 때문에 생긴 나라 간의 갈등, 민족 갈등은 아직도 우리의 생활 속에 남아있다. 바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런 암흑기에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은 독립적인 나라로 성장했다.

 

우리의 희망사항들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행함이 필요하고 그 행함을 위해선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원동력이 된다. 이 용기라는 것을 갖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대한독립을 외치는 순간 목이 날아가는데 어느 누가 쉽게 입을 열겠는가.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싸움을 택한 조상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대단함일 것이다. 얼마나 큰 용기를 갖고 있었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묵직한 감정을 그들은 행했다는 것이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들어왔지만 어째서인지 이 자유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머리로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선조들의 많은 피와 눈물들로 만든 삶이란 것을 말이다. 이기적인 우리는 가끔 익숙함에 취해 그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절대로 공짜로 주워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과 용기로 쌓아 올린 소중한 이 삶을 잊어서도, 잃어서도 안 된다. 언젠가 우리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큰 용기를 갖고 나아갈 수 도록 가슴속 한 곳에 고이 담아 두고 있어야 한다.

 

용기란 일종의 구원이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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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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