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3] 해빗(Habit) _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웬디 우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두 단어는 ‘완벽함과 여유로움’이다. 어떻게 두 단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석학인 웬디 우드의 업적과 활동량은 경이롭다. 학회 활동은 물론, 논문 집필, 대학교 행정 업무, 글로벌 기업 컨설팅, 미술, 와인, 요리, 게다가 매일 새벽 달리기에 요가까지. 놀랍게도 웬디 우드는 이 모든 활동을 여유롭게, 그것도 최고 수준으로 해낸다. 이 경이로운 생산성과 여유로움의 비법은 무엇인가? - 추천의 글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군.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입니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세상인데, 누군가는 저렇게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 그것도 여유롭게라니!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기분은 아니신가요? 성과는 고사하고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잘 지켜지고 있으세요? 기억은 나시나요? 얼마 전 건강한 몸을 만들자며 야심차게 결재했던 헬스장 연간 회원권은 또 어떤가요. 잘 다니고 있으세요? 지금이라도 하루 빨리 양도하고 고기나 사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늘도 치열하게 보낸 자신을 위해 치맥을 선물하시렵니까? 잠시 만요, 적어도 이 글은 끝까지 읽어주세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분명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내가 꿈꾸던 삶은 아닌 것 같나요?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치킨을 주문할 때가 아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할 때 입니다. 바로 이 책 웬디 우드의 ‘해빗’과 함께 말이죠.
우리는 습관적으로 살아갑니다. 본인은 의식적으로 살아간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 대부분은 비의식적인 자아가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하던 대로 씻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늘 바쁘고 시간이 부족합니다. 늘 다니던 길을 따라 걷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합니다. 하루의 대부분도 늘 하던 대로 일을 합니다. 늘 다니던 식당에서 늘 시키던 메뉴를 먹고, 언제나 그렇듯 퇴근길에 맥주를 사오고, 집에 들어오면 티비를 켭니다.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역시나 오늘도 늘 보던 장르를 봅니다. 우리는 늘 사는 대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과대평가 합니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성을 가리켜 ‘내성 착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그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단히 큰 의지력과 노력, 상당한 자제력도 요구합니다. 우리의 의지력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적절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뇌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의 방식을 ‘습관’을 통해 바꾼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습관’은 의식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그래서 습관은 인지적 소모가 작습니다. 의지력과 자제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삶을 ‘습관’이라는 멋진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합니다.
이 책의 맨 앞에는 다음과 같이 습관 설계의 법칙이 적혀있습니다. 사실상 이 책 ‘해빗’의 요약이자 핵심입니다.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드는 습관 설계의 법칙]
1단계. 늘 동일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2단계.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3단계. 행동(반응)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라.
4단계.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신속하고 불확실하게 보상하라
5단계.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
먼저, 이 책은 우리가 충분히 합리적이지도 않고, 의지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적인 행동 패턴인 습관이 아닌 의지력에 기대게 되면 고민과 결정, 다짐과 갈등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국은 후회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합니다. 왜냐하면 의지력은 매번 실행제어 기능의 힘을 빌려 억지로 행동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습관은 자동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적은 노력으로도 지속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습관이 만드는 초기에는 ‘즉각적인 보상’이 도움이 됩니다. 운동에 대한 보상이 3개월 후에 있을지도 모를 멋진 몸매가 아니라, 오늘 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단백질 쉐이크 한잔, 다이어리에 붙이는 ‘참 잘 했어요.’ 스티커 하나가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그것들이 바로 즉각적인 보상입니다.
습관은 반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즉각적인 보상의 효과는 습관을 시작하는데 도움을 줄뿐입니다. 반복은 보상이 아닌 ‘상황(환경)’으로 만들어집니다.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여러 신호들로 반복에 반복을 하게 되면 이제야 비로소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과 가까운 헬스장을 다니는 것, 잠들기 전에 아침에 입을 운동복을 걸어두고 자는 것처럼 적절한 신호와 환경 설정을 통해 원하는 행동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반복해야 할까요? 습관마다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는 다릅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과 아침마다 달리는 습관이 같을 수는 없겠죠. 저자는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반복하는 기간이 아니라 횟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더욱 반복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반복을 위해서는 ‘마찰력’을 줄여야 하며, 반대로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마찰력을 키우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SNS중독에서 빠져나오려면 스마트 폰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스마트 폰 사용시간에 알람을 주거나, SNS 앱을 모두 삭제하는 방법 등 SNS를 하고자 하는 행동에 다양한 마찰력을 심어 주는 것처럼 말이죠.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안정적인(예측 가능한) 상황을 조성하고, 마찰력을 줄이며, 신호를 만들고, 즉각적인 보상을 하며, 반복에 또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의 ‘무의식’은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반복하면 결국에는 우리의 무의식이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원하지 않는 행동도 반복하면 결국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우리가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찰력을 이용하여 좋은 습관은 자꾸만 하고 싶게 하고, 버리고 싶은 습관은 자꾸만 하기 어렵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원하는 습관은 자꾸만 반복하고, 그렇지 않은 습관은 반복하지 않도록 환경을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무의식이 좋아하지 않도록 말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이득은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먼저, 습관은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서도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 됩니다. 좋은 습관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굳건히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의지력이 모두 소진되어도 우리가 가진 습관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하던 행동을 그저 반복합니다. 그게 만약 좋은 습관이라면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소중한 힘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습관은 좀 더 많은 목표를 더 쉽게 이룰 수 있게 해줍니다. 습관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선택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일종의 자동모드가 작동하는 셈이죠. 의지력 소모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자연히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습관은 삶을 단순하고 고요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해줍니다. 불필요한 고민과 번뇌를 줄이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때론 풍파에 휩쓸리더라도 이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줍니다.
웬디 우드는 습관을 이용해 대부분의 일상을 패턴화하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인지적 소모를 최소화 했습니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했기에 경이로운 생산성과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원래 세상은 불공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적어도 우리의 무의식에 있어서만큼은 말이죠. 이 글을 마치며 이렇게 쓸 수 있겠네요. “역시 세상은 공평하군. 적어도 습관만큼은 말이야.”
※ 본 글은 책의 내용을 옮겨 적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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