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2-1] 굿 라이프 _ 최진철 지음
“그런데 내 기억 속에는 왜 니네 이모부가 하나도 없을까. 마치 나 혼자 다녀온 것 같아. 이모부는 말야. 어디서든 사진 세장만 찍으면 끝이야. 내 사진 한 장. 자기 사진 한 장. 그리고 우리 둘이 찍은 사진 한 장. 그리고 밤이면 호텔로 돌아와 그날의 지출과 내일의 예상 지출을 계산해서 지갑을 정리하고 나면 곧바로 잠이 든단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말야. 또 밤마다 앉아 찍어온 사진을 앨범에 정리하는 거야. 내 사진, 자기 사진, 우리 둘 사진, 페이지 하나에 똑같은 배경의 사진 석 장을 나란히 붙여놓고는 다음 페이지에 또 내 사진, 자기 사진, 우리 둘 사진...다녀와서 얼마 동안은 집에 손님이 오면 언제나 그 앨범을 내오곤 했어. 여기가 그 유명한 로마 스페인 광장. 여기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 여기는 영국 런던탑...” - 모순 (양귀자 지음) -
소유 소비보다는 경험 소비가 행복에 미치는 힘이 단연코 크다.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행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을 사는 데는 인색하고, 행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유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소유하지 않는 삶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소유에 대한 욕망을 삶에 대한 경험과 관찰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경험하기 위한 소유, 관찰하기 위한 소유, 시간을 사기 위한 소유로 프레임하기 시작하면 소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를 비교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경험의 삶이 곧 무소유의 삶인 이유는 무소유의 본질이 소유가 유발하는 비교로부터 자유이기 때문이다. 소유를 모두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소유의 삶이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경험의 삶은 아주 좋은 대안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경험이며, 진정한 자기와의 조우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무소유의 삶은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삶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소유 리스트를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이력서를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사람이다.
소유가 대화의 주제가 되면 그 대화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소유는 비교를 유발하기 때문에 소유에 대한 대화는 관계를 위협한다. 반면에, 경험에 관한 대화는 즐거움을 창출한다. 경험은 소유보다 훨씬 더 관계 지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