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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가장 Mar 13. 2020

책인감?

[산문] 내가 글을 쓰는 세가지 이유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면서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과연 ‘나는 언제, 왜, 어떤 글을 쓰는지’ 말이죠. 저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글을 씁니다. 그것은 바로 ‘배움, 기록, 정리’를 위한 글 입니다.


  먼저 배움을 위한 글입니다. 제 글을 주요 소재는 역시 ‘책’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책을 읽고 엄청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책과 관련한 글을 주로 씁니다.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내용이나, 의문을 가졌던 내용이 주로 글의 소재가 됩니다. 도저히 쓸 내용이 없으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이라도 옮겨 적습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걸 써봐야겠다’ 싶은 내용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합니다.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책 전체 내용을 정리하기도 하고, 일부분을 확장해서 써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책과 저를 또는 일상을 연결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책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배움의 글’을 씁니다.


  기록을 위한 글도 많이 씁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면 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간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작년에 내가 뭘 했지? 올해도 벌써 이렇게나 많이 지났단 말이야?” 하지만, 크게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나빠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억할 만한 이벤트가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이벤트로 꽉 차 있는데 말이죠. 기록하지 않으니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이런 식으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그때의 기분을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으로 남깁니다. ‘일상을 기록하면 일생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때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략히 적기도 하고, 때론 아주 상세히 그때 느꼈던 감정을 써 내려갑니다. 기쁨과 슬픔, 아픔과 아쉬움을 가능한 상세히 적습니다. 이러한 글은 나중에 다시 봐도 그때의 사람과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당시의 사람을 불러내고, 기분을 되살리는 소중한 ‘기록의 글’이 됩니다.


  끝으로, 정리의 글입니다. 글을 쓰면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문제가 정리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입니다. 복잡하고 심란할수록 연필을 들어 끼적거리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그렇게 생각을 꺼내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정리되고 해결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풀리지 않는 머릿속 고민들은 마치 자욱한 안개 뒤로 보이는 불빛처럼 희미합니다. 분명 해결책은 있을 것 같은데, 명확하지 않아 더욱 답답하기만 하죠. 그럴 땐 ‘정리의 글’을 씁니다. 그렇다고 글을 쓰기만하면 늘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글을 쓰기 전보다 글로 적어보면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복잡한 고민을 꺼내고 정리하며 정돈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이 보이기도 합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그나마 안정되기도 하구요. 이런 글은 꽉 막혀 답답한 머릿속을 뻥 뚫어주는 소화제처럼 시원한 글이 됩니다. 복잡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불필요한 감정을 걷어내는 ‘정리의 글’을 씁니다.


  새로운 도전이 될 브런치에서도 이런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책과 사람, 그리고 감정에 관한 글말이죠. 다시 말해, ‘책, 인, 감’을 써 볼 생각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의 책임감도 잊지 않겠습니다. 읽는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임감 있는 책. 인. 감’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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