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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가장 Mar 25. 2020

읽고, 잇다.

내가 함께 책을 읽는 이유


벌써, 잊은 건 아니겠죠?


책을 읽던 그 때를

서로를 잇던 그 때를


잊지 않기 위해

잃지 않기 위해

읽고 잇던 그때를


오늘도

나는

읽고 있다


당신과 함께

읽고, 잇다.




  3개월 전 호기롭게 시작한 독서모임 ‘리드 온 1기’가 이제 끝이 보입니다. 어쩜 이리도 좋은 사람들만 모아놨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모임이었습니다. 과연 매주 1권씩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묘한 자극이 되어 결국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치고 놓아버리고 싶은 고비도 있었지만, 나름 잘 마무리 했습니다.


  치열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갑자기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바람에, 그리고 망할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오프라인 모임은 제대로 가질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빠짐없이 매주 책을 읽고, 서평을 제출했습니다. 어려웠지만 즐거웠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습니다.


  같은 책을 함께 읽는 것은 귀찮은 일입니다. 각자 읽는 속도와 관점, 심지어 책에 대한 깊이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서로 보조를 맞춰야 합니다.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도록 응원하고, 때로는 기다리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모두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이러한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맞고 틀림이 아닌 그저 같고 다름의 시각이 필요합니다. 때론 반갑게 공감하고, 때론 치열하게 토론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 귀찮은 일이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이 결국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함께 책을 읽는 이유는 함께 있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책을 통해 이렇게 이어진 기분, 따로 또 같이 하고 싶은 그런 기분 말이죠.


  오늘도 일에, 공부에 할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이 없으신가요? 혼자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나요? 함께 읽으세요.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함께 책을 읽으면, 책이 사람을 이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함께 책을 읽고, 당신을 잇고, 힘든 기억을 잊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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