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속 A.I가 만드는 휴머니즘
우리 인간은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려운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그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AI 시대가 다가온다. 온 세상이 AI에 대해 사유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혹자는 기술발전 이전에 윤리와 도덕, 거버넌스를 논하고, 반대편에서는 강력한 디지털 인프라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로 AI의 국가적 투자를 주장한다. 어떤 쪽이든 이 어마어마한 기술이 삶의 질 향상과 산업 발전에 불러올 커다란 변화만 말한다.
이 영화 <원더랜드>도 AI가 가져올 미래를 담아내지만, 앞서 말한 윤리적, 기술적 기반의 기존 장르 영화와는 그 결을 달리한다. 김태용 감독은 여전히 사람의 관계, 감정, 그리움, 아니... 사랑에 대해 말한다. 나도 굳이 이 영화를 SF 장르라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영화에서는 배경이 되는 메타버스나 AI에 대한 개연성이나 설명을 과감히 생략한다) 그리고 잘 만들고 좋은 영화라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좀... 좋았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박보검과 수지가 부르는 노래, 최우식이 중국집에서 일하는 할머니(AI 이용 고객)를 배려해 같은 음식을 주문하는 장면, 공유의 그 선한 눈빛, 자신의 장례식을 유쾌하게 만드는 AI 아버지 같은 Scene들이 내 머릿속 SF적인 AI의 모습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