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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킹덤> : 희망 없는 경계선

by 무비뱅커

<애니멀 킹덤>은 우리에게 희망적이지 않은 세계를 그려낸다. 인간이 동물로 변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비추는 은유이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 폭력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세계적 혼란과 양극화 속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의 참상과 맞닿아 있다.


프랑수아와 에밀의 시선은 변화를 목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의 공포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프랑수아는 수인의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공격한 픽스를 짐승이라 비난하며, 인간 내면의 이기심과 혐오가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문제들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수인'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유대인 학살의 역사, 오늘날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그리고 그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은유한다. 폭력의 근원은 단순한 배척이나 공포가 아닌, 인간 내면의 불안과 사회 구조가 얽혀 만들어낸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타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초래하는 사회적 참극의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영화는 그 역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경고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보이는 것과 규정된 것의 경계선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그리고 그 모호함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폭력과 차별을 만들어내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희망이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프랑수아와 에밀의 관계는 끝내 희망적이지 않으며, 영화의 세계는 차별과 혐오가 여전히 지배하는 곳으로 남는다.

<애니멀 킹덤>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어두운 은유로,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그 진실 앞에서, 이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는 곧 우리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과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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