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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 내 안의 폐허를 보다

by 무비뱅커

<저스틴>

맛있는 음식도 내 입에선 재떨이 맛이 난다. 혀끝에 닿자마자 퍼지는 것은 풍미가 아니라 타버린 것 같은 씁쓸함. 배는 고픈데,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을 삼켜도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건 허무뿐.

<클레어>

불안과 절망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자살을 떠올리는 일이 낯설지 않다. 그 생각들이 공기처럼 익숙해져 버린다.

<관객인 나>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은 숨을 멎게 만든다. 2025년에 다시 본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이 왜 이렇게 쉽게 이해되는 걸까. 그들의 슬픔, 공허, 무너지는 순간들이 마치 내 것처럼 스며든다. 언제부터 나는, 이런 것들에 길들여진 걸까.


한때는 이해할 수 없던 장면들,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대사들. 그때는 그저 영화였는데, 이제는 거울 같다.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감정들을 알지 못했던 내가,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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