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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 끝없는 추격과 착시

by 무비뱅커


<야당>은 바퀴벌레 처럼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마약 범죄 브로커(야당) 강수, 그를 이용해 실적을 쌓는 검사 관희, 이들에게 모함을 당한 형사 상재. 세 인물은 각기 다른 욕망을 품고 상승을 꿈꾸지만, 그들의 궤적에는 방향도, 도착지도 없다.


카메라는 자동차 추격씬, 복도, 골목, 수사실 안팎을 좌우로 가로지른다. 수평적 프레임과 빠른 쇼트 전환은 인물들이 쉼 없이 전진하는 듯 보이게 하지만, 그 움직임은 결국 제자리의 반복일 뿐이다. 검사 관희의 말처럼, 이들은 “불안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존재들이다. 올라가는 듯하다 추락하고, 다시 기어오르지만, 끝내 위나 아래에 닿지 못한 채 흔들리기만 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상승과 하강’은 실제 운동이 아니라 착시에 가깝다. 위태로운 감정과 욕망의 진동이 계속될 뿐이다.


모순적이게도, 서로 묘하게 닮아 있는 인물들 사이의 엇나간 관계는 서로에게 거울이자 자아가 된다. 닮음은 충돌을 낳고, 그 충돌의 반동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야당>은 조폭, 무기력하게 희생되는 여성, 그리고 헛된 희망이라는 소재를 조합한, 한국 상업 영화의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완전히 퇴행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선도 악도 아닌 양가적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 차력'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이 느끼는 묘한 쾌감, 즉 길티 플레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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