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빛> <캐리어를 끄는 소녀> <97 혜자, 표류기> 한국경쟁
<겨울의 빛>(조현서)
https://youtu.be/Q_WxdTiryQM?si=_oO68SMtP-ApFGQE
때로는 먼지 낀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다. 동생과의 조용한 눈 맞춤, 연인의 따뜻한 한마디, 그리고 자신이 묵묵히 걸어온 발자국들 속에서 삶의 진짜 의미와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말한다. 모두가 찬란한 청춘을 노래하지 않아도 된다고. 희미한 빛 속에도 담담한 위로는 분명 존재한다고. 그리고 어쩌면, 그 빛은 가장 어두운 현실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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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끄는 소녀>(윤심경)
https://youtu.be/b1cJrokjs2Q?si=MqTtIznxF-BEt246
양부모에게 버려진 열다섯 살 소녀 영선은, 테니스 라켓을 손에 쥔 채 낯선 도시의 거리를 헤매다 훈련 파트너 수아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고픈 간절한 바람을 품은 영선은, 수아의 일상에 조심스레 스며들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수아와 그녀의 가족은 점차 영선의 존재를 무거운 짐처럼 느끼며,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차츰 쌓여간다.
영화는 이 어긋난 마음의 간극을 섬세한 시각 언어로 포착한다. 투명하지만 차가운 유리창은 그들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테니스 코트의 닫히지 않은 문은 영선의 불안정한 심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배우 유다인의 깊은 눈빛은 수많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 눈에는 숨겨진 사연과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관객은 그녀의 시선 속에서 영선의 고독과 갈망을 자연스레 읽어낸다. 유다인의 연기는 단순해 보이는 서사에 다층적인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영화의 마지막, 영선이 힘껏 휘두르는 테니스 타격은 단순한 스윙을 넘어선다. 그 순간 공기 중에 울리는 공의 메아리는 희망의 경쾌한 리듬을 띠면서도,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아픔을 동시에 품고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 타격은 영선의 외침이자,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증거다.
캐리어를 끄는 소녀는 가족, 소속, 그리고 성장에 대한 열망을 테니스 코트 위에 펼쳐놓으며,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조화로운 호흡으로 관객의 마음을 오래도록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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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혜자, 표류기>(정기혁)
https://youtu.be/UAdMjJVbljY?si=jMR1gAU2nhjwRWYi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억센 여성, 지방 소멸의 위기, 그리고 타자와의 연대. 감독이자 작가인 정기혁의 세계관이 또렷이 드러난다.
서울에 취직해 반지하에서 고군분투 중인 혜자는 오피스텔로 ‘올라가기를’ 꿈꾼다. 보험사 콜센터에서 거친 말투와 불같은 성격으로 고전하는 그는, 결국 엄마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한 혜자는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엄마가 나오지 않고, 대신 엄마의 친구 희숙에게 전화를 건다. 이 짧은 여정 안에, 혜자의 욕망과 분노, 그리고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표류하는 청춘의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GV에서 감독의 부친이 전한 한마디는, 어쩌면 감독보다도 이 시대 청년들에게 더 큰 위로였을 것이다.
<울산의 별>이 부산의 영화라면, <97혜자, 표류기>는 전주의 별이 될 작품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을, 감독이 꿈꾸는 러닝타임 4시간의 ‘진짜 부산 영화’로 다시 상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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