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노트 증후군

by 베르나


아직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은 새 노트들이 있어요.
혹시 틀린 단어를 쓰게 될까 봐, 혹시 그 페이지를 찢어야 할까 봐 두려움이 저를 항상 가로막지만, 그렇다고 새 노트를 사는 걸 멈출 수도 없죠.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꿈을 꾸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건 두려워요.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많은 꿈들이 있어요. 언젠가 그 발걸음을 내디딜 거라는 희망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생은 멈춰서 기다리기엔 너무 짧고, 우리는 빈 노트들을 쌓아두면서 스스로를 배신하고 있어요.
노트의 글씨가 엉망이면 어때요? 더 잘 쓰려고 노력하면 되죠.
글이 어떻게 쓰였는지보다 어떤 느낌을 주는지 중요한 것 아닌가요?
우리 모두 완벽한 문학적 표현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춰야 할까요?
우리의 글쓰기 실력이 좋지 않다면 침묵해야만 할까요?


이제는 깔끔하거나 예쁘게 쓰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거예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 페이지로 넘어가겠지만, 이전 페이지를 태우거나 마음속 어딘가에 가둬두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의 노트는 가장 엉망진창인 모습 그대로도 아름다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