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story by 역사 May 25. 2020

헬조선에 없는 미국의 흙수저 살리기 프로젝트

우리에게는 부담스럽지만, 아름다운 팁 문화 이야기

계 여러 나라 여행을 하다 보면, 말 못 할 고민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호스텔에서 샤워하러 갈 때, 간단하게 수건 한 장만 걸치고 가도 될까? 안될까? 남자가 소변볼 때, 자존심을 잠시 접고 변기에 앉아서 쏴야 할까? 안 해도 될까? x 싸고, 화장지를 더럽게 휴지통에 버려야 할까? 막힐 수도 있지만 깨끗하게 변기에 버려야 할까?



더럽지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은 어떤 안내 책자이나 블로그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센스 있게 케바케로 대처해야 합니다. 미리 볼일을 보며 수압을 확인 후, 휴지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식이죠.


또 하나, 남들이 잘 알려주지 않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팁을 얼마나 줘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팁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계산을 할 시간이 오면 대단히 난처해집니다.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서 기분 좋게 주는 것임에도, 마치 벌금같은 느낌이죠. 갑자기 먹었던 음식이 체한 느낌이고, 술이 깨수깡합니다. 



물가가 낮은 곳에서는 그래도 팁을 마음 편히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팁이 의무인 미국은 외식 비용이 무척이나 높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특히나 옆에 여자친구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면?? 무턱대고 호텔 클리닝 서비스를 생각해 1 ~ 2달러만 주었다가는, 종업원의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을 받을 수도 있죠.


이처럼, 어렵고 불편한 팁 문화.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미국의 팁 문화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래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죠. 




히 우리가 천조국에서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귀천이 없는 직업 문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숙달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업임에도, 육체노동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장인들을 볼 때, 특히나 그렇습니다. 


근데, 미국은 정말 직업에 귀천이 없을까?


제가 본 미국 사회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자녀를 아이비리그에 보내기 위해, 조국처럼 각종 입시 비리를 저지릅니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죽을 듯이 공부해서, 일해서 개천에서 용 나고 싶은 욕구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입니다. 


어차피 그런 노력을 해서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한참 놀기에도 부족한 젊음을 굳이 도서관에서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이라면 그래야 합니다.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세상이 왔습니다. 하지만 흙수저가 헬조선에서 어느 정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특출난 기술, 능력이 없다면, 죽어라 고생해야 합니다. 적어도 새로 나온 나이키 신상을 사느냐, 할인되는 옛날 모델을 사느냐는 문제를 두고 싸우지 않는 삶을 살려면, 한국에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생활 물가가 매우 높을 뿐더러, 다른 나라에서는 필요 없는 지출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죠. 지랄 같은 날씨 덕분에 겨울, 여름, 봄가을 각각에 맞는 옷을 사야 하고, 지랄맞은 환경 때문에 건조기, 공기 청정기, 에어컨 등이 필수인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싼 전기료가 부담되지만, 에어컨을 도저히 작동하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싸고 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가도, 한국 특유의 참견 문화 때문에 도저히 매서운 남 시선을 벗어나 살 수도 없죠.   



근데, 그런 여유가 가능한 일자리는 한국에 많지가 않습니다. 죽어라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죠. 자칫 '천한' 직업에 종사했다가는 연애, 결혼, 육아 등 모든 기본적인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훨씬 많은 표심을 가진 중장년 층을 신경 쓰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마음도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당연히 돈 잘 벌고, 힘 있는 귀한 직업이 우대받습니다. 모두들 그런 직업을 원하고 노력하죠. 그 결과, 한국 사회는 냉혹해졌습니다


나는 그저 인생을 즐기며 큰 욕심 없이 살아가고자 할 뿐인데, 한국에서는 능력 없고 노력을 안 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자기들 마음대로 찍어 버리기 때문이죠. 백번 양보하여 다행히 급여도 괜찮고 설사 본인이 식당 서빙 일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특히 갑질 좋아하고 차별하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냉혹한 시선만큼은 견디기 힘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미국 사회는 좀 다릅니다.


본적으로 식당 서빙과 같은 일에 적용되는 최저 임금이 한국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기는 하지만, 물론 이것만으로는 미국에서도 생활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무조건 직원의 급여를 올렸다가는 한국에서 최저 임금제로 인한 악순환이 그대로 재현되기 때문에 올릴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는 풍부한 불법 이민자가 있기 때문에, 급여를 무턱대고 올리는 것을 직원 또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칫 해고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미국 정부에서도 한국의 기초생활자와 같은 사람을 위한 복지를 제공하지만, 이유 불문하고 1인당 1200불씩 코로나 지원금을 주는 미국이라도 신체 멀쩡한 사람에게 돈을 펑펑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미국 흙수저 역시 최악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하지만,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나라.


런 나라답게, 아름다운 팁 문화가 존재합니다. 팁은 절대 주인이 손 될 수 없는 직원만의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흙수저는 팁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죠. 


은근 팁이 많습니다. 특히 술을 먹는 주점이라면, 더 팁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직원이 공평하게 팁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고객 서비스에 대한 보답이 팁이기 때문에 주방 직원에게는 대략 전체 팁의 10% 정도만 분배가 됩니다. 이를 또 주방 직원끼리 나눠 가져야 하죠. 

가게, 사장, 매니저에 따라 모두 다르다


서빙 직원이라고 해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아무래도 단골도 많이 알고, 좀 더 고객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매니저가 팁을 많이 가져갑니다. 그래도 홀 서빙 직원은 꽤 많은 팁을 받죠. 장사가 잘 되는 가게는 오히려 공식 페이보다 팁으로 받는 돈이 더 클 정도입니다.



일부 개인기가 뛰어난 매니저는 최저 입금을 받는 대신, 그만큼 팁을 많이 가져가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관찰 결과,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 팁의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면, 꽤 높은 소득을 올립니다. 장사가 잘 되는 가게라면, 한국 대기업 직장인 급여와도 비교할 수 있죠. 


그래서 한국이라면 그 나이 먹고도 서빙이나 한다는 손가락 질 받겠지만, 미국에서는 나이 지긋한 분이 홀 서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급여가 높기 때문이죠.


팁을 통해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확행에 만족한다면 굳이 상류층으로 들어가기 위한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아둥바둥살 필요가 없으니까요. 물론 항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 땀을 흘리는 '개미'형 사람도 있지만, 현재에 충실한 '베짱이' 형 삶도 소중합니다.


직업에 귀천은 분명 있습니다. 구급 대원과 같은 일은 정말 '귀한' 일이죠. 하지만 그런 일도 모두 급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선한 직업이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도, 내 가족을 위한 충분한 보상이 없다면 '천한' 직업일 뿐이죠. 결국 뭐니 뭐니 해도 머니!


하지만 특히 서비스 직은 급여를 올리기 쉽지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뿐더러,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의 비용이 높다면, 이용하는 사람도 무척이나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팁 문화가 윤활유 역할을 하죠. 



떻게 보면, 국가, 기업으로는 해결하기 벅찬 저소득층 대책을 사회가 조금 희생해 동참으로써, 훨씬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너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팁으로 어느정도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이민자를 최저 임금제보다 낮은 급여로 손쉽게 고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능력 좋은 매니저를 고용한다면, 회사 매상을 확 올려 줍니다. 고객에게 추가 안주 주문을 노린 공짜 술 혹은 추가 술 주문을 위한 저렴한 안주와 같은 서비스를 팍팍 제공하기 때문이죠.


매니저는 그런 공짜를 제공하면 팁으로 돌아올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후한 편이죠. 또한 사장 돈으로 단골을 잘 관리하면, 설사 다른 가게로 옮겨도 고객이 따라 오기 때문에 열심히 합니다.     



고객에게도 좋습니다. 요즘은 팁이 거의 의무적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팁 문화가 있는 곳이 확실히 좀 더 고객에게 집중을 하는 편입니다. 한번 음식을 가져다주면, 딱히 찾지 않은 한국 음식점과 확실히 비교가 되죠. 


귀찮을 정도로 끊임없이 와서,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물이 반 정도만 있어도 채워 줍니다. 물론 영어가 부담이 되면, 그런 과잉 친절이 부담스럽니다. 그런 고객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다가가지만, 이것 역시 손님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죠. 


물론 팁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하죠. 미국에서 배달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도 팁을 내지 않기 때문. 은근 점심시간에 푸드코트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팁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팁에 대해 정확히 정해진 룰이 없기 때문에 나쁜 사장, 매니저가 슬쩍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로인한 분쟁이 은근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팁을 통해, 무작정 급여를 올릴 수 없는 서비스 직의 생계를 보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또 다른 삶의 방향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라면 흙수저를 벗어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결과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무시당합니다. 거의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가 되었죠. 


하지만 모두가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부분 '개미 형'인 한인들이 무시하지만, 그들의 가게에서 퇴근 후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메뚜기 형' 멕시코 이민자의 삶이 훨씬 행복해 보입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지금, 한국의 치열한 시스템에 지친 지금은, 아이를 위한 동화를 어른의 시각으로 보는 지금은 '메뚜기'의 삶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죠

물론 팁을 통해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있다는 가정 하에..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삶의 태도가 존중받고 가능한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자존감 차원에서도 팁은 중요합니다. 팁이 없다면, 식당 종업원은 단순한 영업 사원, 그저 비싼 음식을 유도하는 직원에 불과할 뿐이죠. 하지만 팁이 있다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고객의 만족을 충족시켜주는 고도의 전문가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팁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무런 팁도 안 주면서 갑질 쩌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최소한 팁이라도 주고, 지랄을 해!
작가의 이전글 세계 최초로 해시태그를 사용한 광개토 대왕 2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