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부장 한 번 못하고 살아 온 나이지만 처음으로 리더의 꿈을 키운 적이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때이다. 사회 물 좀 먹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인맥이 괜찮았다. 쥐뿔도 없는 놈이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면 사회에서 뭐 하나 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전임 회장의 든든한 지지도 있었으니 외부적 여건도 나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소한 말실수로 전임 회장의 미움을 사 하늘색 꿈은 사리졌지만 한 평생 쭈구리의 꿈도 멋진 리더였다.
리더가 못되서 하는 핑계로 들릴지 모르지만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도 특별할 게 없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낙마시킨 그 형도 딱히 잘난 구석은 없었다. 다만 달랐던 건, 성공에 대한 욕심과 출세에 대한 야망이었다. 물불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형은 리더가 되었다. 즉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들의 욕망은 철저히 개인적이었다. 문제는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정사정 없이 달렸던 이들에게 리더가 된 후의 문제인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리더는 많지만 정작 리더십을 갖춘 리더는 정작 드믄 현실이다.
리더에 이야기하다 보니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리더십이 있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나를 따르라는 이순식씩의 표현은 없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표정에 많은 사람들의 감동했다. 자극적인 말과 행동은 없지만 온화한 된장국 같은 미소에 힐링을 맡보았다.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온 오프라인에서 그의 리더십에 찬미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서전을 통해 그만의 리더십의 비밀을 발견했다. 78세의 노구가 100시간을 넘은 강행군을 이어갈 수 있던 건 리더로서의 열정,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있다. 사제가 되기 전 재미가 없으면 언제나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약속처럼, 그는 빈자와의 만남을 즐기면서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리더가 된 후에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면 리더십의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리더가 된 후 일 만으로 보람을 느낄 수가 없는 이는 만족할 무엇가를 찾을 것이다. 그게 돈이라면 손 쉽게 횡령, 배임을 자행할 수 있다. 명예라면 향후 자신의 지위보전을 위해 후일을 도모할 것이다. 법관은 로펌을, 고위직 공무원은 공공기관을 노릴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않고 척을 하기 위해 눈치와 요령만 늘어갈 것이다. 그래서인지 윗사람에게 비비고, 아랫 사람에게 미소에 인색한 리더들의 모습이 유독 많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즐기라는 외침을 했던 키튼 선생님은 정작 자기 인생을 즐기지 못했다. 리더들이여, 국민을 위한다는 궁색한 이유만을 늘어놓지 말자. 성공하고 싶다고, 그래서 리더가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다만 그렇게 리더가 된 자에게 전하지 못한 키튼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하고 싶다. 눈치보지 말고 '카르페 디엠(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해라. 그것만이 인정받는 리더십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