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K-ETA), 보이스피싱 사건

낯선 도시의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by 백수웅변호사

K씨가 한국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그는 서울의 한 골목에서 처음으로 ‘현금다발’이라는 것을 손에 쥐었다. 여행 경비를 벌 수 있다는 말에, 아르헨티나에서의 일상을 떠올리며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통화가 불안하고 은행 시스템이 자주 멈추던 나라에서, 가방에 달러를 넣고 거래하는 건 그저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동작은 이미 ‘범죄의 흔적’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 차이를 그는 너무 늦게 알았다.


구속된 첫날 밤, K씨는 자신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조차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텔레그램으로 받은 지시가 왜 범죄가 되는지, 왜 길거리의 현금이 피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도구였는지 설명을 들을수록 표정은 굳어졌다. 단순히 일을 맡았다는 생각이, 한국에서는 사기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무거웠다.


변호인은 이 사건을 ‘고의’를 따지는 문제에서 ‘상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서사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국제기구의 통계, 언론 기사, 인플레이션 관련 학술자료를 모아 아르헨티나에서 현금 선호가 왜 구조적 현실인지 재판부에 제시했다. 카드와 계좌이체가 불안정한 사회에서 길거리 현금거래는 위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안전장치에 가깝다는 점을 설명하며, K씨가 이 작업을 범죄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문화적 맥락’을 설득했다.대사관에 직접 연락했다. 그리고 문화적 사정을 설멸할만 설명자료를 받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체류 기간 동안 이루어진 여러 전달책 행위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따로 기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사건이 여기저기 흩어지면 실형의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변호인은 사건을 하나의 재판부로 모아 병합심리를 요청했고, 경합범 구조 아래에서 단일한 형으로 판단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갈라진 조각들을 한줄로 꿰어내는 작업이 결국 K씨에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남은 마지막 과제는 압수된 현금이었다. 피해자와의 직접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변호인은 압수금 대부분이 같은 조직에서 흘러나온 피해금이라는 점을 최대한 정교하게 재구성했다.


K씨는 자필 진술서를 통해 “전액을 피해 회복에 사용해달라”고 명확하게 요청했고, 이는 단순한 변명이 아닌 실질적인 반성으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결국 K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정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손끝이 떨렸지만, 그것은 체포 첫날 느꼈던 공포와는 다른 떨림이었다. 자신의 무지와 오해가 만들어낸 긴 터널을 빠져나온 뒤 남는 것은 안도라기보다, 다시는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에 가까웠다. 낯선 나라에서, 그는 비로소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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