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브로커 피해 - 구제 사례

가을빛이 스며들던 날, 그녀가 다시 걸음을 되찾기까지

by 백수웅변호사


비가 이틀째 쏟아지던 초가을, K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젖은 흙 냄새를 맡으며 휴대폰을 움켜쥐고 있었다. 통장은 텅 비었고, 여권은 이미 누군가의 서랍 속에 있었다. 가족 초청으로 어렵게 한국에 왔지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약속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일한 지 세 달이 넘었지만 월급은 단 한 번도 온전히 그녀 손에 닿지 않았다. 중간에서 누군가 가져갔다며 농장주는 더 말이 없었다.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다고 들었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긴 터널에 가까웠다.


K씨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녀는 단순한 체험형 방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농가로 향하는 차량에서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렀다. 출입국에서 안내받았던 근무지와 달랐고, 서류에는 보지 못했던 이면계약이 끼워져 있었다. 임금은 한 달에 한 번 준다던 약속과 달리 현장에서 일감을 이유로 미뤄졌고, 통장도 ‘관리’라는 명목으로 브로커가 가져갔다. 그날 밤, 그녀가 친구에게 전송한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사건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폭언을 견디다 못한 K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을 지자체 담당자에게 전달했을 때였다. 담당자는 즉시 사실조사를 시작했고, 불법 브로커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다음 절차는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복잡한 길이었다. 근무처 무단이탈로 분류될 위험, 강제퇴거 가능성, 체류기간 만료까지. 무엇보다, 그녀는 한국어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때 변호사가 사건에 들어왔다. 그는 먼저 K씨의 체류자격 만료일을 확인했고, 그날 밤 바로 G-1 변경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 근무처 무단이탈이 아닌, 부당한 처우로 인한 불가피한 이탈임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녹음 파일, 통장 압수 사진, 브로커가 작성한 허위 초청 서류, 장시간 노동 기록. 그는 정리된 증거 더미 사이에서 “이 사건의 축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체류 위반이 아니라, 구조적 착취입니다.”


고발장은 빠르게 작성되었다. 브로커의 사기, 농가의 근로기준 위반, 출입국관리법상 허위초청에 대한 형사책임. 변호사는 K씨의 ‘이탈’이 아니라 ‘피해 회피’였음을 강조했고,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여 강제퇴거 절차가 아닌 출국명령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체류자격 변경이 허가되면서, K씨는 한국에 당당히 남아 자신의 사건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은 느리지만 확실히 흘렀다. 형사재판에서 브로커는 기망 의도와 이행 능력 부재가 인정되었고, 농가는 체불임금 지급 명령을 받았다. 민사소송도 진행되었고, 갈취되었던 임금의 반환 판결이 내려졌다. K씨는 그날, 통장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적힌 급여가 찍히는 순간 오래 숨겨두었던 긴장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즈음, 그녀가 도움을 받던 자원봉사 모임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어눌한 언어로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쌓였고,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 두 사람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도와준 절차는 혼인비자 준비였다. 이전의 체류 불안정이 기록에 남아 있어 세심한 소명이 필요했지만, K씨가 이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인정된 상태였다.


서류를 제출하던 날, 그녀는 창구 밖으로 고개를 돌려 서늘한 겨울 햇빛을 바라보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같은 계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손이 비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되찾은 여권을 손에 쥐고, 천천히 웃었다.


긴 어둠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미소였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계절근로자 브로커 사기 및 농가 등에 대한 손..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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