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한국어 대리시험 - 집행유예

시험장의 문턱에서 멈춰 선 그림자

by 백수웅변호사

새벽 첫차가 막 지나간 시간, K씨는 시험장 앞 벤치에 앉아 오랫동안 굳어 있던 손을 내려다보았다고 했다. 낯선 나라에서의 유학이라는 긴 꿈이 눈앞에 있었지만, 한국어 시험이라는 벽 앞에서 자꾸만 숨이 막혔다고. 그는 결국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그림자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그가 처음 사무실 문을 찾았을 때의 침묵을 기억한다. 말보다 깊은 후회의 기색.


그리고 ‘되돌릴 수 있을까요’라는 조심스러운 한 문장. 사건은 비교적 단순했다. 누군가가 보내준 연락, 대가를 주면 시험을 대신 볼 수 있다는 제안, 그리고 타인의 손에 건네진 외국인등록증. 그러나 법은 그 단순함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


대리응시는 단순한 부정행위가 아니다. 시험감독관이라는 공무의 판단을 속이고, 공정한 절차 전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K씨의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시험장에 들어간 사람은 K씨가 아니었고, 감독관에게 제시된 신분증은 본래의 주인을 떠난 채 타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러한 구조를 법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문서부정행사’라는 두 개의 죄목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외국인에게 형사절차는 곧 체류의 문제로 이어진다. 벌금 300만 원만 넘어도 출국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재입국은 몇 년간 불가능해진다. 단지 시험 하나 잘 보고 싶었다는 마음이,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K씨는 이 위험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건을 맡은 뒤, 나는 가장 먼저 당시의 경위를 세밀히 재구성했다. 특히 K씨가 브로커와 어떤 방식으로 연락하게 되었는지, 이 선택이 충동적이었는지, 범행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외국인 사건에서 양형은 단순한 형벌의 문제를 넘어 체류 가능성과 직결되기에,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가 핵심적 요소가 된다.


전환점은 K씨의 진술 과정에서 찾았다. 처음부터 시험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비자 발급 일정이 촉박해 스스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정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입증할 자료들을 모으고, 그의 반성과정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실제 상황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명했다. 법원은 이 점을 받아들였고, 무엇보다 K씨가 이후 정상 절차로 다시 시험을 준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온 부분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다.


선고는 집행유예였다. 큰 산을 하나 넘긴 셈이지만, 나는 그에게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형은 유예되었으나, 체류 문제는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여파를 남기기 때문이다. 다행히 추가 심사 과정에서도 강제출국의 위험은 피할 수 있었다. 그는 결국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사건을 마무리하며 나는 종종 시험장 앞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떤 선택은 순간의 두려움에서 시작되지만, 그 대가는 예상보다 깊고 멀리 퍼진다. 법률가가 할 일은 그 무게를 덜어주는 동시에, 다시는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의 삶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일이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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