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어스는 왜 홍대에 있을까요?
처음 그 거리를 걸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흔히 법률가들이 찾는 조용한 관청가도 아니고, 유리 빌딩이 즐비한 비즈니스 중심지도 아니었다. 낮에는 외국인 학생과 여행자의 언어가 섞여 흐르고, 밤이면 음악이 건물 사이를 가르며 튀어 오르는 곳. 그런 홍대 골목 한복판에 ‘법률사무소’를 둔다는 발상은, 솔직히 변호사의 시선으로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무질서함 속에서 어떤 방향성이 분명히 보였다. 한국어가 서툰 유학생들이 짐을 끌고 시험장을 향해 걷는 모습, 오래된 원룸 앞에 서서 체류기간 갱신 서류를 들여다보는 근로자들, 비자를 잃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대사관 앞에 줄지어 선 얼굴들. 법이 닿아야 하는 사람들은 늘 홍대의 흐름 속에 있었다. 오히려 여의도보다, 종로보다, 이곳이 그들의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무실을 홍대입구역 근처에 두기로 했다. 변호사가 선호하는 ‘정돈된 구역’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실제로 모여 있는 장소에 닿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대가 가진 젊은 감각—틀에 박힌 해결 방식을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 창의성—을 우리 일에도 끌어오고 싶었다.
출입국 사건은 단순히 법률만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벽, 제도 이해의 한계, 행정 절차의 복잡함, 그리고 누군가의 미래가 걸린 긴장. 소송으로 가는 순간 모든 것이 더 무거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소송’을 우선하지 않기로 했다. 가능한 한 소송 이전 단계에서 문제를 정리하고, 출입국이 요구하는 서류의 흐름을 다시 짚고, 미처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끌어안으며 안전한 해결책을 찾는 것. 어쩌면 홍대라는 장소가 우리에게 가르친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사건들이 이렇게 해결되었다. 비자 연장을 앞두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막막해하던 유학생이 있었고, 근무처 변경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해 추방 위험에 놓였던 근로자가 있었다. 누구도 소송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다,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 우리는 그 단순한 바람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행정 단계에서 문제를 끝내려 했다.
대행업무를 변호사가 직접 맡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외국인 사건은 한 문장의 해석이나 한 항목의 누락으로, 행정은 물론 형사까지 번지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현장에서 이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고 믿었다. 창구 앞에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동안, 신청인의 사정을 끝까지 듣는 것도 그 믿음의 일부였다.
홍대에서 시작한 이 작은 사무실은 어느새 많은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었다. 누군가는 우리를 ‘젊은 감각을 가진 변호사’라 말했다. 그 표현이 어쩐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법률이 차갑게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시간을 지키고 싶어 찾아온 이들에게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홍대를 떠나지 않는다. 이곳의 언어, 색, 소음,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법률은 더 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삶을 지탱해 주는 도구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처음 이 거리에 법률사무소를 열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