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숨을 이해하는 사람을 찾는 일에 대하여
어느 겨울 끝자락, K씨는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쥐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 여성학 전공, 그리고 제주도의 말 보호 목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한하리만큼 단단한 꿈. 그 꿈이 한국의 취업비자 제도 앞에서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공이 맞지 않는다는 말, 경력이 부족하다는 말, 고용 필요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말. 조언이라는 이름의 한숨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내 앞에 앉아 있던 그녀는 패배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쓴 석사 논문 한 구절을 꺼내 들며 이렇게 말했다.
“말의 사유 방식은 억압과 돌봄, 위계와 공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연구했어요.”
그 순간, 이 사건의 축이 달라졌다. 문제는 ‘전공 불일치’가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지식과 현장이 어떻게 접속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K씨의 목표는 명확했다. 제주도의 한 말 보호 목장에서 연구·교육 보조 인력으로 일하는 것. 그러나 E-7 비자 체계 안에서 이 직종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직과는 거리가 있었다. 고용 추천서가 필수는 아니었지만, 전공과 직무의 연관성은 반드시 설명되어야 했다. 게다가 그녀는 여성학 전공자였다. 외형상 연관성이 없다. 이 부분이 심사의 가장 큰 장벽이었다.
나는 먼저 고용회사를 직접 찾아가 직무 구조를 확인했다. 단순한 현장 보조가 아니라, 말의 행동 패턴 분석, 학대 이력 동물의 심리 재활, 방문객 교육 프로그램 설계가 업무의 주요 축을 이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지점에서 방향이 열렸다.
‘동물 돌봄과 인간-동물 관계에 관한 사회문화적 분석 능력’ — 이것이 그녀의 전공이 목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이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환점은 어느 밤 문장 하나에서 나왔다.
나는 K씨의 논문에서 ‘비폭력적 돌봄 체계의 구조화’라는 표현을 발견했다. 그 문장은 말의 행동 재활 프로그램과 놀랍도록 맞아떨어졌다. 이후 전략은 명확했다.
유학생 특례제도의 근거 정리
석사 이상을 졸업한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경력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조항을 최대한 활용했다.
직무-전공 연결 구조 서술
단순 연결이 아니라, ‘왜 이 회사가 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를 중심에 놓았다.
그녀의 연구가 말의 트라우마 분석, 교호행동 관찰, 재활 매뉴얼 작성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 정교하게 작성했다.
고용 필요성 의견서 작성
핵심은 ‘대체가능성 부재’였다. 국내에서 동일한 연구 배경으로 이 업무를 수행할 인력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목장 측의 장기적 연구 프로젝트와 맞물려 그녀가 단순한 근로자가 아니라 ‘지식 기반 실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회사는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검토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가 단순 노동이 아니라 구조화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고, 의견서는 자연히 설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허가가 통보된 날, K씨는 짧게 웃었지만 깊게 울었다. 취업 성공의 의미가 단순한 비자 승인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연구 서가 앞에서만 존재하던 언어를 제주라는 공간에서 살아 있는 존재들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의 숨을 읽고, 상처를 배운 사람이 그 현장에서 다시 삶을 배운다는 것. 그것은 한 사람에게 돌아온 조용한 회복이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요건을 정확히 분석하고, 회사와 조율하고, 그 연결고리를 치밀하게 설명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길은 열린다. 이번 사건이 그 증거였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