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통사고(사망) 사건 후, 출입국사범심사까지

그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오후

by 백수웅변호사

그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K씨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더 무거웠던 건, 그가 운전하던 차와 부딪힌 한 사람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전방주시의무 위반, 과속. 기록만 놓고 보면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외국인이었다. 출입국 사범심사에서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거의 기계적으로 ‘출국명령 가능성’이 열리곤 한다.


그는 한숨처럼 말했다.


“전 그냥… 여기서 더 살아도 되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기록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먼저 형사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훑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변호인은 나와 다른 해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입국 사범심사는 단순히 형사 판결을 ‘복사’해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었다. 사고의 구체적 양상, 피의자의 과실 정도, 변명과 반성의 진정성, 체류 기간 중의 준법 여부 등 다층적 요소들이 다시 평가된다.

그래서 나는 블랙박스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영상의 흐릿한 프레임 사이, 피해자의 돌발 진입과 도로 구조의 문제, 가시거리의 한계가 포착되었다. 단순한 전방주시의무 위반으로 정리하기엔, 사안이 지닌 구조적 위험요인은 무시될 수 없었다.


그 지점을 근거로 ‘과실의 경합 구조’, ‘회피 가능성의 한계’, 그리고 형사판결에서 충분히 논증되지 않은 사고 환경 요인을 다시 서면으로 정리했다. 출입국 사범심사에서는 바로 그 논리적 구조가 중요하다.

이 사건이 고의성이 없는 교통과실 사건이며,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법리는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인간의 사정이다.


나는 K씨가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는 성실히 일했고, 체류법규를 어긴 적이 없었으며, 사고 이후 피해자 유족에게 지속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출입국 공무원에게 제출할 의견서에는 이런 사실관계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왜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를 하나의 서사 구조로 엮는 작업이 필요했다.


‘인도적 사유’라고 불리는 이 서술은 감정의 호소가 아니라 사실의 축적이다. 그의 삶, 관계, 직업 기반, 한국 내 공동체가 그를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 그 구조를 조심스럽게 엮어냈다.

출입국 담당 공무원과의 질의·응답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 길어진 시간은 곧 이 사건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사범심사는 대개 한 달 안에 결론이 난다. 그러나 K씨의 심사는 네 달을 넘겼다. 나 역시 매주 심사과와 연락하며 보완 의견을 제출했다.

그리고 어느 늦은 오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연장됐습니다. 체류가… 허가됐어요.”


그 짧은 문장을 듣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초였지만, 그 뒤에 숨은 공포와 기다림의 시간이 묵직하게 밀려왔다. K씨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했고, 출입국은 그에게 다시 머무를 시간을 허락했다. 사망 사고라는 결과가 있었음에도, ‘사람의 삶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본 결정이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이 사건을 떠올린다. 교통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이후의 법적 절차는 결코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의 사실을 다시 들여다보고, 과실의 구조를 정확히 설명하고,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전달하는 과정.

출입국 사범심사는 법과 인간이 가장 어려운 방식으로 마주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는 논리와 설득, 그리고 꾸준한 소통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구해내기도 한다.


그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그 오후는,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출입국 사범심사 성공사례(체류자격 연장) - .. : 네이버블로그


외국인 음주운전(교특치상, 위험운전치상 등) .. : 네이버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외국인 유학생,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