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길을 가로막을 때, 끝내 드러난 한 사람의 진실
처음 그 사건을 맡았을 때, 나는 새벽까지 책상 위를 맴돌던 A씨의 손끝을 떠올린다.
낯선 나라에서 유학 중이던 그는, 경찰서 조사실의 의자 끝에 앉아 있었다.
억울함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그 억울함조차 증명해야 하는 나라에 당도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에게 가해졌다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강간, 절도, 추행, 사기—
그 모든 단어들은 한 개인의 삶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의 이야기는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됐다.
동네 마트에서 말을 걸어온 K씨는 “한국어를 가르쳐주겠다”며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유학생 A씨는 그 친절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어색한 발음으로 떠듬거리던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몇 번이고 그 집을 찾았고, 둘의 관계는 어느새 일상처럼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서로의 감정이 조금 앞서 있었는지, 성관계가 이뤄졌다.
그러나 진짜 사건은 그 이후부터였다.
K씨는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월급을 나에게 주라.”
“매일 집에 와라.”
그 요구들은 감정의 확인이라기보다 통제와 집착에 가까웠다.
A씨가 관계를 멈추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K씨의 반응은 일종의 보복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를 사기범이라 신고했고, 그 뒤로는 혐의를 ‘덧칠’하기 시작했다.
강제로 침입해 돈을 빼앗아 갔다, 강간했다, 대중교통에서 추행했다—
수사 기록 속 K씨의 진술은 만날 때마다 새로 쓰여졌다.
이 지점이 변호사인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난제였다.
단순한 모순인지, 고의적 허위인지.
무고 사건에서 핵심은 바로 그 허위성의 입증이기 때문이다.
“입증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
반대로 “허위임이 명백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 간극은 법조인에게 언제나 쉽지 않은 좁은 길이었다.
수사기록을 정리하던 어느 밤, 나는 K씨가 주장한 여러 ‘범죄 발생 시간’을 표로 정리해 놓고 있다가 문득 멈춰 섰다.
동시에 열람한 A씨의 근무기록과 정확히 겹쳐지지 않는 시간들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보였다.
하나둘 대조하니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허위’라는 단어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간, A씨는 회사 출입기록에 찍혀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찍힌 업무 사진도, 기계식 출퇴근 기록도 있었다.
나는 그 자료들을 꿰어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이유, 혐의가 계속 추가된 이유, 사건의 실체를 왜곡한 동기—
이 모든 것이 K씨의 감정적 보복과 금전 요구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대질조사 날, K씨는 난데없이 A씨의 머리를 핸드백으로 내리쳤다.
그 장면은 수사관조차 놀라게 했고, 나는 그 행동에서 중요한 단서를 읽었다.
통제의 방식이 진술에서도, 행동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적 충동성은, 오히려 허위 신고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K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허위 사실을 조작해 한 사람의 인생을 벼랑 끝까지 밀어 넣은 점,
혐의가 거짓임을 알고도 반복적으로 신고를 이어간 점,
그리고 무엇보다 A씨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들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판결이 난 뒤, A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다시 삶을 이어가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어깨는 전보다 가볍게 내려앉아 있었다.
사건을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무고 사건의 본질은 허위 사실을 밝히는 데 있지 않다.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는 일,
그리고 진실이 침묵을 강요당하는 순간 그것을 다시 끌어올리는 일—
그것이야말로 법조인의 자리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책무라는 것을.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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