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불법체류자)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

혼인신고 이후, 법은 폭력부터 보았다

by 백수웅변호사

혼인신고를 마친 날, K씨는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불법체류 상태에서 한국인 배우자와의 혼인은, 체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고서가 접수된 이후, 집 안의 질서는 빠르게 무너졌다. 말보다 먼저 손이 나왔고, 사과보다 위협이 앞섰다. 체류자격보다 먼저 흔들린 것은 안전이었다.


신고는 오래 고민한 끝에 이뤄졌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은 언제나 두려움의 이유였지만, 가정폭력 사건은 신분과 무관하게 신고 즉시 절차가 개시된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신고를 접수하면 현장에 출동해 폭력의 중단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현장에서 경찰은 K씨의 의사를 확인했다. 피해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인도하거나 의료기관에 연계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 사건은 더 이상 ‘부부 싸움’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는 보호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수사 초기의 핵심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 형사 절차로 바로 나아갈 것인지,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 경찰은 사건의 경과를 정리해 의견을 붙이고,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사건의 방향을 결정한다. 폭력의 반복성, 정도, 가해자의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K씨는 처벌보다 분리와 안전을 원했다. 이 의사는 절차의 성격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자, 법원은 임시조치를 검토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29조에 따라, 접근금지나 퇴거 명령, 전기통신 접근 제한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까지도 허용된다. 이는 처벌이 아니라, 최종 판단 전까지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다.


사건이 가정법원에 접수되면 곧바로 재판이 열리지는 않는다. 법원은 가사조사관을 지정해 관계의 배경과 폭력의 구조를 조사한다. 혼인이 실질적 공동생활이었는지, 폭력이 일시적 갈등인지 반복된 구조인지. 이 조사는 이후 보호처분의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만약 보호처분만으로는 사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절차는 중단되고 사건은 형사 절차로 다시 다뤄질 수 있다.


심리가 종결되면 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 제40조에 규정된 보호처분 중 하나 이상을 결정한다. 상담·치료 위탁, 접근 제한, 보호시설 유치 등. 결정은 짧지만, 그 효력은 분명하다.


K씨에게 가장 절실했던 문제는 체류자격이었다. 불법체류자였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은 법적으로 보호의 근거가 된다. 수사와 재판, 기타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G-1 체류자격 신청이나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고, 배우자의 동의 없이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신변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침묵을 강요받던 피해자에게 중요한 안전망이었다. 이후 배우자는 도주했고, 가출신고와 공시송달을 통한 이혼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임을 명확히 밝히고 정보공유를 거부함으로써, K씨는 공시송달 판결 이후에도 법원을 통해 권리구제를 다시 요청할 수 있었다. 혼인신고는 보호의 조건이 아니었고, 폭력은 결코 묵인될 수 있는 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불법체류, 혼인, 가정폭력이라는 복합적인 조건 속에서도 법이 어떤 순서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체류자격보다 먼저 보호되는 것은 안전이고, 혼인보다 우선하는 것은 폭력의 중단이다. 법은 처음부터 그 순서를 분명히 정해두고 있었다.


불법체류자 임을 이유로 폭력을 강요 당할 이유는 없다. 반복된 폭력을 피하고 체류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법에 있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면 - 경찰신고부터 형사처벌..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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