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건네지 않았다. 체류자격마저 흔들릴 줄은 몰랐다
K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의자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 때마다 여권을 만지작거리는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공부만 하고 싶었어요.”
그 말은 변명이 아니라, 그의 현재를 설명하는 유일한 문장이었다.
K씨는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한국에서의 체류는 학업을 전제로 허락된 것이었고, 그 조건은 생각보다 취약했다. 단 한 번의 형사 사건, 그것도 마약 관련 혐의는 학업보다 먼저 그의 체류자격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문제는 그가 마약을 건네지도, 돈을 받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가 한 일은 단 하나, 누군가의 연락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수사 기록 속 그의 행위에는 분명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마약류 알선.
마약류관리법은 거래의 완성 여부를 묻지 않는다. 실제로 마약이 오갔는지, 금전이 지급되었는지는 부차적이다. 법이 보는 것은 ‘가능하게 했는가’다. 관계를 연결하고,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 순간 범죄는 이미 성립한다.
외국인이라는 지위는 여기서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출입국 심사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마약 사건은 단순히 형량의 문제가 아니다. 강제퇴거, 체류자격 취소, 재입국 금지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쟁점은 처음부터 유무죄가 아니었다.
어떤 범죄로 평가될 것인가, 그리고 그 평가가 출입국 단계에서 어떻게 읽힐 것인가였다.
K씨의 알선 행위는 단 한 번이었다. 반복성은 없었고, 거래를 주도하지도 않았다. 그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수동적이었고, 비영리적이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더 무거운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운반책, 이른바 드라퍼로의 확장 가능성. 이 지점에서 사건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법원은 알선과 운반을 명확히 구분한다. 운반은 유통 구조에 직접 편입된 실행 행위다. 횟수가 한 번이든, 이익이 없든 예외는 없다. 외국인 사건에서는 이 구분이 곧 체류의 존폐를 가른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기록을 되짚었다.
그가 유통 구조에서 실제로 수행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를.
결정적인 것은 객관적 자료였다. 계좌 흐름, 대화 내용, 사건 전후의 생활 반경. 금전적 이익이 전혀 귀속되지 않았다는 점, 거래를 설계하거나 주도하지 않았다는 점, 반복적 관여가 없었다는 점을 하나씩 구조로 설명했다. 영리 목적이 없다는 주장은 감정이 아니라 증명이어야 했다.
결과는 간결했다. 행위는 인정되지만, 그 성격은 제한적이라는 판단. 형사 절차는 그 선에서 마무리되었고, 출입국 단계에서도 동일한 평가가 이어졌다. 사건은 숫자와 문장으로만 남았다.
마지막에 K씨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연결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은 다짐이자, 이 사건의 결론이었다.
마약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늘 같다. 피웠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관여했는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그 경계는 곧, 한국에서의 미래였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