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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의 고찰

by 백수웅변호사

욜로, 욜로한다. 의미를 풀자면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거다. 낭만적이고 멋있다. 그 열풍 때문인지, 회사를 퇴사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 과거에는 죄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멋있는 일탈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관점에서 욜로를 보자면 약간 씁쓸하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메트릭스에서 살고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남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건 아니다. TV속 자연인이 아닌 진짜 자연인이 되거나 마르크스 이상주의를 꿈꾸며 자본주의가 만든 시스템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때론 우리가 시스템을 벗어났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 조차도 사실은 자본주의 굴레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의 구속으로 벗어나 개인의 자유의지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욜로도 자본주의라는 세계에 갇혀있다.

일단 욜로는 자본주의 관점에서 좋다. 왜냐하면 그 시스템을 활기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숙련노동은 필요치 않다. 반복되는 패턴과 알고리즘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숨쉬게 만드는 건 소비이다. 소비를 극대화하는 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의을 숨 쉬게 하는 원인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20대 후반, 30대 초반 결혼 적령기에 있는 이들은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혼 자금도 필요할 것이고, 미래 집 구입을 위한 저축이 요구된다. 자본주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이들의 비혼선언이다 (물론 선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결혼을 강요하는 매커니즘을 갖는다) 그것이 힘들면 최대한 결혼을 늦춰주는 것이 좋다. 혼족을 위한 주거와 시스템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20-30대 지갑을 열기 부족하다. 그래서 하나의 이상적인 개념을 만들어냈다. 바로 욜로이다.

욜로는 좋게 이야기하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1-2년 돈을 열심히 벌고 그 밑천으로 인생을 즐겨보자는 이야기다. 자기 투자로 돈을 아끼지 말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묻고 싶은게 있다. 스스로 욜로에 빠져 있는 동안, 정말 본인들은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났는가 말이다. 욜로를 즐기지만 그들이 결국 다시 돌아와야 할 곳은 현실이다. 온 재산을 털어 세계여행을 떠났지만 돌아온 후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사고 방식이 개인적으로 합리적일까. 자본주의적 측면에서는 큰 성공이지만 말이다.

인간은 시스템에 쉽게 물든다. 높은 판단련과 지성을 갖고 있어도 자본주의가 만든 트랜드에 순응하는게 인간이다. 서점에 가면 욜로 관련 책이 넘쳐난다. 우리는 또 한번 그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시스템은 생각보다 매우 영민하다. 하지만 인간은 상대적으로 그 변화에 무력하게 당한다. 어쩌면 진짜 욜로는 모두가 동경하는 무언가를 의심해보고 자신의 선택을 통해 그 반대의 것을 도전하는 것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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