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의 작품을 좋아한다. 단순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작품이 있지만 리들리 스콧의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그것은 에어리언과 블래이드 러너이다.
2017.5.09. 좋아하는 감독, 리들리 스콧의 신작, 에어리언 커버넌트를 관람하러 갔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를 보지 못해 보는 동안 구멍이 생겼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긴장감은 넘쳤고 흥미로웠지만 절대 가볍지 않았다. 에어리언 시리즈,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를 보지 못했어도 영화를 보고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영화를 본 후 호기심이 생겼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를 찾아봤고 리들리 스콧의 세계관을 들여다 보았다.
알다시피, 에어리언은 이미 4편이 제작되었다. 리들리 스콧이 1편의 감독을 했고 2, 3, 4는 다른 감독이 맡았다. 아직까지 수작으로 평가받는 2편의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이었고 3편은 스릴러의 거장 데이빗 핀쳐였다. 스콧의 세계관을 살펴보려면 에어리언 1편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스토리 순서를 따지자면 프로메테우스->(에어리언 어웨이크닝) -> 에어리언 커버넌트 - 에어리언 1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에어리언 어웨이크닝은 제작예정이다.
스콧의 세계관은 프리퀄의 주인공인 데이빗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은 왜 나를 창조하셨습니까" 라는 의문이다. 사실 종교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인류 탄생 기원은 논리학이나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국 이성을 뛰어넘은 영역이다. 이 부분에서 인간은 이성을 뛰어넘는 신이라는 존재를 만든다. 신이라는 절대자의 존재는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킨다. 하지만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 그리고 합리적 이성의 발달은 인간의 위상을 높여준다. 인간은 로보트에 생명을 불어넣고(인공지능 기능) 스스로 창조주에 위치에 선다. 그리고 절대자의 위치에서 신을 부정하고 스스로가 신이 되기를 꿈꾼다. 인간을 창조한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교만하고 사라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창조주를 뛰어넘는 피조물에 의해 창조주가 부정받는 상황은 인간에게도 나타난다. 인간은 AI를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블래이드 러너 등과 같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영화를 보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는 AI에 의해 지배를 당한다. 스콧은 에어리언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과 신의 원초적인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에 의한 지배를 전복하려는 AI의 욕망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에어리언은 인간과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 아닌, 인간과 신을 부정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결국 스콧에게 있어 에어리언의 탄생은 오만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체제 전복의 도구이다.
다시 데이빗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 신은 인간을 탄생했을까?' 잘은 모르지만 스콧 역시도 그 답을 명확히는 알지는 못할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하느님의 은총' 일 수도 있고 또는 이기적 유전자의 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콧이 말하고 싶은 건 그 답이 정답에 가까워 질수록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