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테러 청정구역이다. ISIS,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슬람 종교와의 갈등도 적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을 향해 직접적인 테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테러의 동기를 특정 종교가 아닌 이념, 인종 혹은 사회적 차별 등으로 확장한다면 테러는 더 이상 남의 나라만의 일이 될 수 없다.
2016년 3월 제정된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법률로 정의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상 테러란‘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외국 지방자치단체와 조약 또는 그 밖의 국제적인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를 포함한다)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하는 범죄 행위’이다. 테러리스트의 개인적 동기를 따지기보다는 테러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가 다중이 밀집한 지하철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을 경우에도 국가 등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등의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테러가 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규정하는 데 있어 테러리스트의 그릇된 신념이나 가치관을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현재의 테러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테러의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테러리스트의 개인적 동기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내국인을 향한 무차별 살상 행위가 자주 발생하면서 인종, 성별, 종교 등 가해자의 편견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증오범죄도 테러의 범주에 포함한다. 즉, 국가나 정부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특정집단을 향한 범죄도 테러가 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를 폭넓게 테러라고 규정하고 가중 처벌함으로써 가해자를 더욱더 비난하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이슬람 종교를 가진 특정집단만의 범죄는 아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을 원인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 여성, 외국인, 다문화 가정, 성적 소수자 혐오 발언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테러 예방을 위해 테러를 다시 정의하는 일을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