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테러방지법의 제정 당시 여야의 다툼은 심했다.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반대했던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사생활 비밀의 자유 등 기본권의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72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지연했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당해 년에 폐지 법안(2016.1, 윤종오 전 의원 등)을 발의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였던 여당(현국민의힘)은 야당이 되었고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되었지만, 테러방지법과 관한논의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오히려 여당(현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거부 행위 역시도 테러라고 규정해야 한다며 테러방지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5년 동안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테러방지법은 여전히 인권 침해 요소를 갖고 있다. 테러방지법상 테러는‘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목적 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테러유형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립한다.’라고 규정한다.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테러의 범위는 무한정 넓어질 수 있다. 국정원은 테러 혐의가 의심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하고 통신정보·금융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 대테러 조사를 통해 구인·시료 채취 등 실질적인 강제처분이 가능하다. 테러방지법을 통해 국정원의 권한은 강화되었지만 이를 견제할 제도들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테러방지법 제정 당시 우려했던 인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달라진 점은 확실히 있다. 바로 정부와 집권당의 태도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집권당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논의가 소위 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좋은 소재지만 테러방지법 폐지 및 개정은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슬람 종교인을 향한 조사와 난민의 수용 등의 문제는 집권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테러방지법 시행 이후 총 13차례의국가테러대책위원회가 개최되었지만 인권 보호를 위한 테러방지법 개정 논의는 단 한 차례도진행하지 않았다.
테러방지법 제정의 원인이 되었던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탈레반의 부활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그러나 그 기간 테러 예방을 이유로미국의 정보기관의 힘은 막대해졌고 시민 사회는 상당히 위축되었다. 불편하지만 다시 테러방지법을 논하고 싶다. 5년 전 172시간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따져보고 싶다. 무엇보다 테러방지법을 통해 대한민국이 테러에게서 더욱 안전해 졌는지 아니면 국정원의 통제가 강화된 사회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그래야만 떠들썩했던 5년 전 그 날의 일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