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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Dec 20. 2023

뉴스레터를 쓰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때

7월 초에 시작해서 매주 1회 발송하기 시작한 뉴스레터는 다행히도 연말까지 무사히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에 발송할 뉴스레터는 평소 마감일보다 하루 일찍 작성되었고, 2주 뒤 발송할 레터까지 무사히 완성되어서 미리 예약 발행해두었기 때문이다.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 맞는 여유가 생기니 그동안의 행보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했는지,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찬찬히 돌아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렇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내게 남은 감정은 딱 하나였다. 감사한 마음. 뉴스레터의 제작과 발행은 오로지 혼자서 도맡았지만 그 뉴스레터가 지속적으로 발행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이 필수였다. 하나라도 없으면 지속하기 정말 힘들다. 다행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의미 뉴스레터에 공감하고 응원해 주어 늘 감사했다.



물론 뉴스레터를 발행한 적 없는 사람이라도 응원과 관심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덧붙여보려고 한다. 뉴스레터를 직접 발행하고 나서 비로소 알 수 있었던 '뉴스레터를 쓰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따로 있었다.




나는 어떤 감정을 돌볼 수 있는지 알게 될 때



그동안 발행한 뉴스레터를 돌아보기 위해 최근 3개월 동안 발송한 뉴스레터 주제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아래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발송한 뉴스레터의 키워드이다.



후회

실수

미련

실망

창피함

제자리걸음

질투

분노

비효율

무지

이상

못남



하나같이 삶에서 절대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모습뿐이다. 하지만 이 목록이 완성되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했다. 올해는 단 한 번도 이런 감정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오히려 이 감정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이를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이런 감정들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2030을 타깃으로 한 뉴스레터라고 적어두긴 했지만 뉴스레터 소재를 찾고, 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그들이 무조건 1순위가 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나의 뉴스레터는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의 2023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홀로'인데,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오로지 그 과정과 결과는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던 순간이 많아서 그렇다.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어도 해결되었을 감정들을 차마 용기가 없어 혼자 끌어안기만 했으니 그 결과는 '홀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의심할 여지 없는 무조건적인 희망이나 격려는 타인으로부터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금방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에 집어삼켜질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답을 홀로 찾아야만 했고, 그렇게 답을 찾는 과정을 의미 뉴스레터에 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항상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지만은 않았고, 항상 인생의 밝은 면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만약 그러고 싶다면 세상을 똑바로 보길 외면해야만 분노나 좌절과 간신히 단절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처럼 세상의 다채로운 면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분노와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홀로 잘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숨기고 외면하고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든 행동이든 표정이든 어떻게든 감정은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그 부정적인 감정을 돌봐야만 한다. 부정적인 감정도 나의 구성 요소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된다.



이번 주에 발행할 뉴스레터에서는 잘나지 않은 모습의 의미에 대해 작성하면서 남들에게 얕보일까봐 일부러 허세를 부렸던 경험을 적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언젠가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적당히 가리는 법을 착실하게 익혀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눈에 띄는 점은 굳이 드러내지 않고, 모난 면은 먼저 입에 올리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일에는 거리를 두고, 타인의 의견에는 너무 날세우지 않고, 꽤 잘 수용하고 아주 조금 반박하면서 말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몇 년 동안 쌓아온
이런 삶의 방식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런 건 나도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온전히 솔직해지지 못하고 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좋은 모습만을 드러내려 하거나 모난 면은 숨기기를 반복할 것 같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 실망할 날도 올 테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열심히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있는 일에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해 실망하는 날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조차도 나를 구성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이런 시간을 겪어왔음에도 내일도 잘 작동할 수 있는 나를 일으키는 방법을 터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든 직면하고 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뉴스레터를 작성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의 못난 면을 들여다볼 때의 두려움도 훨씬 줄어들었다는 점.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도록 잘 손질하고 나의 작동 방식 매뉴얼을 한 글자씩 적어볼 수 있었다는 점. 


남들에게 성과를 입증하기 딱 좋은, 수치화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미있다. 부정적인 감정의 의미를 돌보는 뉴스레터 제작자로서 이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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