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회사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계속 곱씹고 싶을 정도로 좋은 말은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도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는데, 진작에 잊어버렸어야 마땅한 그 문장은 뉴스레터를 쓰는 내내 머릿속에 자주 떠올랐다. 정말로 뉴스레터를 열심히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영향력을 키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뉴스레터의 특성 덕분에 홍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뉴스레터가 누군가에게 노출되거나 구독자를 모으기가 힘들다. 아무리 뉴스레터에 진심을 담든, 뉴스레터 기획과 작성에 많은 시간을 쓰든, 노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냥 뉴스레터의 특성 때문에 노출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전에 이미 몇 가지 조건을 갖춰둔다.
1)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전에 이미 SNS 상에서 팔로워를 많이 확보해둔다
2) 신규 뉴스레터 제작자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해본다
3)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여 인간관계를 넓힌다
4) 뉴스레터 구독자를 모집한다는 유료 광고를 집행한다.
위와 같은 조건들 중 단 하나라도 선행된다면 신규 구독자를 모으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구독자를 모으는 것보다 더 집중하고 싶은 요소가 있었다. 그냥 구독자가 아닌 ‘꾸준히 뉴스레터를 열어볼’ 구독자를 모으고 싶었고, 적극적인 홍보나 광고 없이 오로지 콘텐츠만으로 얼마나 구독자의 규모를 확장할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의미 UIMI를 기획했을 때 주요 타깃은 2030 여성이었다. 나와 성별이 같고, 비슷한 나이대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쓸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2030 여성이 고민을 털어놓을만한 곳에서 뉴스레터를 홍보해야 할까? 예를 들면 긴 텍스트 읽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고, 출판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성인들이 많은 브런치 같은 플랫폼 말이다. 물론 뉴스레터를 더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 브런치에도 업로드해 볼 계획은 있었지만 그 이전에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보고 싶었다.
[가설 1] 포스타입에 자기 계발 뉴스레터 의미 UIMI를 업로드하면 뉴스레터 구독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
[근거 1] 포스타입에서 경제, 학업, 자기 계발 다양한 분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에 자기 계발 콘텐츠의 노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포스타입을 2차 창작을 창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포스타입은 그 이상의 인식을 심어주길 꿈꾸는 것 같다. ‘창작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인지 경제, 취업, 공부, 자기 계발 등 2차 창작과는 거리가 먼 오리지널 콘텐츠가 첫 페이지에 자주 등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예전부터 포스타입이라는 플랫폼에는 관심은 있었지만 포스타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차 창작물을 눈여겨볼 만큼 깊게 덕질할 대상도 없고, 무언가를 덕질할 여력도 없어서 포스타입을 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포스타입 유저들이 정말로 포스타입의 유료 창작물을 많이 구매하는지는 항상 궁금해했다.
마침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할 무렵 포스타입에서 신규 크리에이터를 위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2023년 7월에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종료됨) 해당 이벤트에 신청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포스타입에도 지난 뉴스레터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스타입 유저들은 자기 계발 콘텐츠를 포스타입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왠지 포스타입에 실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올리는 건, 모두들 신나게 즐길 생각밖에 없는 록 페스티벌에 맥주나 에너지 드링크 부스가 아니라 경제 경영 도서 전문 출판사 부스를 세워두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록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모습을 썩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았고, 홍보효과도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솔직히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나도 늘 민망했고, 중간에 업로드를 그만두고 싶어서 어느 날에는 이제부터 더 이상 포스타입에는 뉴스레터 업로드를 하지 않겠다는 코멘트를 작성해두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생각을 바꾸고 업로드를 지속했는데, 업로드를 해도 괜찮은 또 다른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근거 2] 뉴스레터에서 다루는 주제가 포스타입을 이용하는 1020 여성의 어려움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미 UIMI 뉴스레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경험에서도 긍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드러나도록 노력하는 중인데, 그 이유는 뉴스레터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던 당시의 내가 실제로 심적으로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나의 힘듦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한 번쯤은 겪는 공통적인 고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것도 내세울 점도 별로 없고,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경험도 요령도 없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같은 피드백에 흔들리는 사람은 사회 초년생뿐만이 아니라 어린 학생 또한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자리를 잘 못 잡은 것 같은 민망함을 무릅쓰고서라도 포스타입에 콘텐츠를 노출시켜보는 실험을 해봐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포기에도 의미가 있을까?', '유행을 못 따라잡아도 의미가 있을까?', '흑역사에도 의미가 있을까?'처럼 청소년이 읽어도 공감할 만한 레터도 충분히 있었으니 말이다.
포스타입에 유료로 뉴스레터 콘텐츠를 발행하되, 본문의 일부는 무료로 읽을 수 있게 지정했다.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부분 중 가장 하단에는 뉴스레터 전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걸어두었다. 포스타입의 구독자를 늘리거나 포스타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비를 통해 발행하는 뉴스레터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스티비에서 이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읽을 때의 장점도 4가지 정도 추려서 덧붙였다.
그 결과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포스타입을 통한 뉴스레터 구독 전환율이 늘어났으며, 현재는 뉴스레터 구독자 비율 중 20%가 포스타입에서 유입된 분들로 구성되었다. 포스타입에 올린 콘텐츠가 구글 검색과 같은 외부 경로 통해서도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는데, 어느 순간 데이터를 보니 포스타입이 아닌 곳에서도 유입이 늘어났다.
유료로 콘텐츠를 구매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쾌척을 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클릭 한 번에 모든 내용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도 콘텐츠의 값을 지불하길 선택한 분들이 있었다는 점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내내 정말 큰 기쁨이 되어주었다.
구매 건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구매율이 가장 높았던 콘텐츠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소개했던 <포기에도 의미가 있을까?>였다. 수많은 콘텐츠 중 어떤 이유로 이 제목을 클릭했는지, 고민이 좀 해소되었거나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포스타입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행동은 홍보도 마케팅도 아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를 확연히 늘리거나, 릴스를 꾸준히 만드는 게 마케팅 역량을 기르는 데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이 콘텐츠를 읽을 것인가, 그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려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와 같은 사고를 끝내고 이를 작게나마 행동으로 옮겨보는 행동도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이 작은 실험을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카드 뉴스, 릴스, 팟캐스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실험을 계속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