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피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의 Jun 11. 2024

느슨한 관계여도 좋기만 하다

2월의 에피레터 키워드: 관계

저번 주에는 연휴 동안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수많은 제목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을 몇 권 골랐는데, 그중에는 ‘홀로’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어요.


사실 저는 홀로 있는 상태를 싫어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요. 그래도 때로는 짝 없이 홀로 있는 사람을 향해 무신경하게 던져지는 부정적인 시선이나 언행에 상처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홀로’라는 상태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전면에 앞세운 책을 발견하고 정말 놀랐답니다.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던져지는 말은 ‘외로울 때는 어떡할 거냐’는 걱정인데요. 사실 저는 종종 친구들과 실컷 놀 때 그동안 묵혀놓은 외로움이나 심심함이 단번에 해소되는 편이라 외로움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홀로’의 저자가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서술하면서, 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멋지게 서술하는 부분을 읽고 무척 공감했어요.


“우리가,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 우정을 쌓는 것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현실의 발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시대의 변화와 증가하는 엔트로피에 조금이라도 대항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일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그런데 우정의 범위는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까요? 몇 달에 한 번 겨우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와의 관계도 우정일까요? 실제로는 거의 만나지 않아도 SNS나 카톡으로 계속 근황을 주고받는 관계도 우정에 속할까요?

학창 시절의 친구만이 아무 조건 없는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일까요, 아니면 삶의 방향이나 가치관이 완전히 성립된 후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만난 관계에서 진정한 우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은 떠올릴수록 참 복잡해서 답을 내리기 참 곤란하지만, 저는 올해 들어 인간관계 부문에서 새로운 다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인이든, 친구든, 절친이든 관계의 깊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느슨한 관계를 소중하게 이어가기로요.


사실 저는 용건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기를 참 어려워하는 편이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매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기보다는 몇몇 사람들과 낮은 빈도로 느슨하게 연락하곤 했어요.


그래서 누군가와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아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은 상대가 없어도 정말 괜찮은 걸까 고민하곤 했는데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한 친구와는 비록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연락하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때마다 최고로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과는 아주 깊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서로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네거나 좋은 것은 함께 공유하는 관계로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정한 친구와 진정한 우정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은 살짝 뒤로하고 저는 저대로의 선언하려고요. 느슨한 관계, 느슨한 우정도 좋기만 하니, 이대로만 계속 이어가도 괜찮다고.

조금 느슨한 우정도 우정은 우정이니 ‘홀로’의 저자처럼 이런 우정을 통해 내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느슨한 우정을 바탕으로 나아갈 내일이 기대되네요. 



느슨하게 이어진 관계 덕분에 뜻밖의 기회를 얻은 적 있나요? 구독자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현의�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떠한 관계를 딱 잘라 정의하지 않고 느슨하게 풀어두는 경향이 짙어졌어요. 깊은 관계든, 느슨한 관계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자는 생각이 강해지네요 :)

미뇽�



에피레터(ep.letter)를 소개합니다

에피레터는 매달 한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현의/미뇽이의 에피소드를 메일로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에피레터 최신호를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무료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journa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등산과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