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에피레터 키워드: 습관
기초체력이 있다, 없다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SNS에서 이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읽었는데요. 장을 본 뒤 집에 와서 재료를 정리하고, 요리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어야만 기초 체력을 갖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 글을 읽고 ‘아무리 그래도 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부모님의 생활 패턴을 떠올려 보니 꽤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주말에 부모님이 편안하게 쉬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할머니네 집에서 농사일을 돕기를 반복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는 항상 쌀, 배, 사과, 배추, 호두, 매실, 상추, 무 등등 각종 농산물이 모자를 일이 없었고요.
어릴 때는 부모님의 이런 모습에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는데,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고 직장에서 일도 하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모든 게 의문스럽더라고요. 어떻게 부모님은 주말에 편히 쉬지 않고서도 직장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런 물음을 품은 채 부모님의 일상적인 습관을 유심히 관찰하니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두 분 모두 공통으로 몇 가지 생활 습관을 엄격한 규율처럼 지키고 있었어요.
집에 도착하면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가장 먼저 한다. 어떤 일도 샤워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식사 후에는 곧바로 뒷정리하고 설거지까지 마친다.
청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한다.
쓰레기가 생기면 곧바로 정리하여 버린다.
잘 때 외에는 눕지 않는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초 체력이 바탕이 되어서 이런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지, 혹은 이런 습관이 모여 기초 체력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딱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어요. 건강한 습관이 모여 건강한 삶을 구성한다는 사실이요.
그런데, 이런 습관도 유전이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부모님의 여러 습관 중 단지 1번과 2번만 몸에 익혔을 뿐, 나머지는 제멋대로 뒤로한 채 살고 있어요. 건강한 습관, 건강한 삶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럽고요.
습관이란 기분 내킬 때마다 한두 번씩 잠깐 하는 것만으로는 삶에 안착시킬 수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건강하고 청결한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습관을 삶에 안착시켜야 할 강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번 기회에 제 삶을 단단하게 고정할 강한 동기는 무엇이고, 그 동기를 바탕으로 어떤 습관을 유지하고 싶은지 이번 기회에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겠어요. 평일에도, 주말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근면하게 살아가는 부모님의 삶을 유전처럼 물려받기 위해서요. 건강한 생활 습관만큼 오랫동안 저의 인생을 단단하게 붙들어줄 유전적 특징은 없지 않을까요?
이제는 할머니네서 벼농사를 짓지 않아서 저희 집도 쌀을 사 먹고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농사를 짓는다면 어떤 작물을 심고 싶으신가요?
현의
역시 습관의 비밀은 '바로 한다' 일까요...!! 강한 동기와 실행력이 합쳐져서 강력한 습관을 만드는 것 같아요 ㅎㅎ
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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