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_현재 관찰하기
작년에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모든 노력이 지지부진하게만 느껴졌다. 재미있는 것이나 흥미로운 것, 관심을 쏟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저 늘 비슷비슷한 삶이 반복되는 게 막막하기만 느껴졌는데 이 모든 감정을 비밀에 부쳤다. 굳이 의식하지 않고 모르는 척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이제는 그 막막함이 전보다는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 주변 환경이 달라진 건 아니었고 그저 마음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것도 유의미한 변화이긴 하다. 요즘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무심하게 거리를 두는 대신, 작은 호기심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안도감이다. 더 이상 내가 나 자신에게 무심하지 않고, 냉소적이지 않고, 다시 한번 앞날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품게 되어 다행이다.
이번 1월에는 이전까지의 내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고,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고, 새해맞이 할인 프로모션을 놓치지 않고 강의를 몇 개 구매하고,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시험 삼아 읽어보고, 낯선 모임이나 강연도 기회가 있으면 종종 참여했다. 이런 시간을 조금씩 늘린다고 인생이 완전히 바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다.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그저 그런 하루가 지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따지고 든 것 같다. 이건 장기적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따지고 그 모든 것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서. 이제는 인내와 겸손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담아둘 때가 되었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창업가 게리 바이너척이 자신을 따르는 소셜 미디어 구독자들에게 지겹도록 쏘아붙이는 단어인데, 단기적인 노력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막대한 성과를 얻고자 하는 야심찬 예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말할 때 특히 자주 사용한다.
게리는 죽도록 노력할 인내심을 갖고, 늘 감사하고 겸손하라고 말한다. 시대정신에도 유행이 있다고 친다면, 인내나 근면 성실은 지금 시대와는 다소 동떨어진 과거의 유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많은 것을 빠르고 쉽게 소비하는 대신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투자할 여유를 누리기란 쉽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빠르게 해낼 자신이 사라진 시기에 근면 성실이라는 과거의 유산이 아직도 가치 있음을 믿을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결과를 빠르게 얻는 것만큼이나 여러 번의 시도를 계속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으니까.
다시 기대하고, 다시 호기심을 가져보되, 이를 통해 특정한 결과를 얻어야겠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그저 관심사를 탐구하는 여유를 도로 갖게 되어 요새는 안심이 된다. 아무것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어도 근거 없이 희망을 품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품게 되어서 다행이다. 무기력이 잠잠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듯, 마찬가지로 희망이 잠잠해지는 시기도 언젠가는 또다시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그때가 되면 그때만의 방식으로 다시 무기력과 냉소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뚜렷한 근거가 없더라도 희망을 품어보기로 했다.
✏️ #365노트챌린지 ?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질문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기록 챌린지입니다. 소소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거친 질감의 종이 재료와 손글씨로 이미지를 만듭니다.
구겨질수록 오히려 돋보이는 비닐 질감 재료를 더하여, 반듯하게 정제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삶에 대한 지향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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