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월 2주 차 기록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관점을 파는 일>과 더불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뉴스레터를 발행했던 경험을 시작으로, 창작자에게 왜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는데요. 후반부에는 AI 시대에 창작자가 길러야 할 역량 중 하나로 리더십을 꼽은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효율을 중시했던 과거의 리더십과는 달리,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윤리적인 방향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어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윤리적인 주장은 무엇일지, 수많은 윤리적 의사결정 중 내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과 함께할 동료는 어떻게 모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 준 문장이었습니다.
· 이와 관련한 지난 이야기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다음 주에 있을 독서 모임을 대비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어요. 새해를 맞아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자 할 때 유용하게 적용할 만한 문장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습관이 정체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동안은 정체성이란 어떤 대단한 업적을 이루거나, 얼마나 대단한 것을 소유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지로 결정될 거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보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냥 꾸준히 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정체성이 되어준다는 문장이 어쩐지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꼭 얻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무엇을 얻든 말든 그냥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새해 결심을 지속하는 비결이 될 것 같네요.
이번 주에는 (1) 블렌더로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 (2) 아이스 음료 및 탄산음료의 기포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튜토리얼을 보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고 재미있었던 반면, 기포가 올라오는 방법은 아직도 좀 아리송합니다.
기본적인 도형만으로 어떻게 아이스크림의 곡선을 만들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운 데에 구멍이 뚫린 도넛 모양의 토러스 도형을 선택한 뒤, 해당 도형의 선을 번갈아 선택한 후 축소하면 되더라고요. 자세한 튜토리얼은 아래의 블로그글을 참고했습니다.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을 확실히 익히기 위해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도 만들어보았어요. 이 과정에서 아이스크림 콘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며 일일이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게 창작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빵빠레 같은 아이스크림에 있는 콘은 원뿔형 모양이 아니라 밑바닥이 평평하고, 손으로 잡기 편하도록 표면에 올록볼록한 무늬도 있는데 이 모양을 3D로 옮기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은 콘 위에 얼마나 바짝 붙어 있어야 자연스럽게 보일지, 아이스크림은 콘 밖으로 어느 정도만 튀어나오는 게 적절한지도 생각하며 만들게 되더라고요.
사실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라테를 만들 때도 실제 라테 사진을 참고하며 만들었어야 했는데, 참고자료를 보는 대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만들다 보니 최종 결과물에는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라테와 반대되는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졌습니다. 구글 검색을 했을 때 등장하는 실제 라테는 잔의 가장 밑바닥에 우유가 있고 가장 상단에는 에스프레소가 올라오던데 제가 만든 것은 반대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행착오는 다음번 작업에도 이어졌어요.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을 배운 뒤에는 아이스 음료 만드는 법 튜토리얼을 보았습니다. (참고한 영상: Polygon Runway)
블렌더를 배울 때 튜토리얼에서 알려주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는 데만 그친다면 학습한 내용을 장기적으로 몸에 익히기 어렵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습을 끝낸 이후에는 곧장 간단한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만드는 법을 한 번에 복습할 수 있는 메론 소다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메론 소다를 실제로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맨 처음부터 참고 자료와 함께 했는데요. 잔의 모양, 아이스크림의 울퉁불퉁한 모양을 최선을 다해 3D에 옮기는 것까지는 마쳤지만 체리를 만들 때는 참고자료를 자세히 보지 않았어요. 체리의 생김새는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종 렌더링을 마친 뒤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갑자기 깨달았어요. 체리 꼭지는 사과 같은 갈색이 아니라는 점 말이에요. 다시 구글에 체리 이미지를 검색해 보니 보통 체리 꼭지는 녹색이었습니다. 메론 소다에 올라간 체리의 꼭지 색은 대체로 붉은색이었고 말이에요. 심지어 참고 자료 속 체리의 꼭지도 붉은색이었는데 체리의 색을 칠할 때는 이 점을 간과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건 매우 드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탄산음료를 잔에 따르면 밑바닥에서부터 작은 기포가 올라온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 기포는 음료의 어느 높이까지 올라가는지 유심히 관찰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블렌더로 탄산음료의 기포가 올라오는 방법을 배웠을 때 가장 먼저 곤란해졌던 순간은 바로 기포가 상승하는 높이를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기포는 음료의 표면까지 올라와야 할지, 아니면 표면에 도달하기 직전에 사라지는지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제로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걸 있는 그대로 정확히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에 겪은 시행착오가 사물을 정확히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가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말에는 직접 수집한 바이닐을 재생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했습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노란 색감, 바이닐로 듣는 재즈, 고양이를 품에 안고 귀여워하는 모습이 담긴 매우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영상이었어요.
영상에서 재생되는 음악 모두 굉장히 밝고 경쾌해서 듣기에 무척 좋았지만, 이 영상에 달린 댓글 또한 무척 따뜻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안정시키는 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요.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건 맞지만, 변화 속도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라곤 미처 예상하지도 못했지만 사실 알고 보니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위 댓글을 읽고 나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깃든 사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사물, 혹은 그 정도로 대단한 역사는 아닐지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입어왔던 옷이라거나, 오랫동안 거주했던 동네,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 오랜 단골집 같은 것 말이에요. 모든 것이 과도하게 생산되고, 과도하게 소비되는 세상일수록 흔들림 없이 내 옆을 지켜온 오래된 것만이 우리에게 위안과 안정을 줄 테니 말입니다.
위 영상 속 설명란을 보면 해당 영상에서 재생한 음반 중에서는 할머니께서 물려받은 것이 있다고 해요. 이처럼 오랜 시간 살아남아 고유한 이야기를 축적한 물건이 앞으로 더 귀해질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정말 가치 있지만, 지금 갖고 있는 오래된 물건 중에서 특별한 이야기기 축적된 물건은 무엇인지 탐구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네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만큼 요즘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드물 테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