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이고 혼란스러운 조합을 이야기할 용기를 낸다면

26년 1월 4주 차 기록

by 현의

이번 주에 우연히 보고, 듣고, 만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나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살아보기 위한 작은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26년 1월 4주 차 보고, 듣고 만든 것 요약


1. 본 것: 시내 버스 여행을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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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시내버스 챌린지>를 읽었습니다. 오직 시내버스만 이용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도착했다가 돌아오는 시내버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었어요.


어렵지 않은 책이고, 제게는 생소한 시내버스 여행을 주제로 한 도서여서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책에서 주로 등장하는 지역에서의 삶, 더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흘려읽지 않고 계속 곱씹어 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시내버스라는 취미를 단지 재밌는 여행으로서만 소개하는 걸 넘어,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들로 시야를 확장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의 교통수단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지역에서 공부하는 청년에게 교통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나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먼 세계의 이야기가 나의 일상과 어떤 식으로 연관되는지 등등 시야를 넓혀주는 관점을 계속 제시해 주어서 흥미로웠어요.


물론 시내버스 여행이라는 취미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 오직 시내버스만 이용해서 전국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즐길 때도 여성이기 때문에 감내해야만 하는 사항이 있다는 건 여행에도 적용된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 / 무언가를 사랑하는 팬으로 인식되기 전에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 평가의 대상부터 되고, 나의 정체성이 다른 이들처럼 동등하게 존중받기보다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경험은 여러 분야에서 자주 겪어봤지만 심지어 여행이라는 분야에서도 이런 경험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고, 여행을 즐기는 편도 아니어서 여태까지 그런 점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나 봐요.


이처럼 다양한 방면으로 시야를 넓혀준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2. 만든 것: 블렌더로 만든 최신 유행 디저트


이번 주에도 블렌더로 재밌고 맛있는 디저트를 몇 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만들었던 디저트는 두쫀쿠였어요. 처음에는 카다이프를 만드는 게 까다롭지 않을까 싶었는데 블렌더 구루의 도넛 튜토리얼에서 배운 내용을 조합하니 의외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모델링은 빠르고 간단하게 끝낸 뒤 새로 받은 나무 텍스처와 배경을 적용해 장면을 구성하는데 좀 더 공을 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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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두쫀쿠를 만들면서 조금씩 시도해 본 새로운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냥 이미지를 만드는 데서 끝내지 말고, 그 이미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기로 했어요. 그럴듯한 이미지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뒤죽박죽이더라도 제 이야기를 어떻게든 풀어내는 창작자가 되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책 <시내버스 챌린지>의 저자가 시내버스 여행이라는 취미에 지역 사회에 대한 자신의 관심사를 더한 것처럼, 서로 다른 관심사를 한데 섞어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만들면 분명 독창적인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 들어 진심으로 이해했습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은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왔지만 그래도 제가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이 아니고 순전히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만 얻은 지식이기 때문에 지금껏 제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3D 두쫀쿠를 만들고 난 뒤에는 그저 결과물 사진만 올리는 대신, 결과물을 만들기까지의 일부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두쫀쿠와 관련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보았어요. 우리 동네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 가게가 두쫀쿠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이 디저트를 만들 때 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탈 밴드의 노래를 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짧게 적어보았어요.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까지 적는 건 너무 구구절절한 정보인 것 같고, 디저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도 않는 의외의 조합이지만 어쨌든 그것 또한 제가 만들어간 삶의 이야기인 만큼 솔직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주는 건 잘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그 이미지 뒤에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일단 저부터도 제가 만든 두쫀쿠와 관련한 이야기를 적는 내내 정말 즐거웠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어요. 그래서 이처럼 이미지와 스토리를 연계하는 시도를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설령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더라도 웬만하면 개인적이고 혼란스러운 조합을 이야기할 용기를 내보고 싶어요. 그런 조합이 콘텐츠의 노출도나 참여율을 높이는데 별 연관이 없다 할지라도 말이에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 하는 작은 저항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재미를 더해줄데니 말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러한 혼란스럽고 개인적인 고집이 정말 마음에 들거든요.



3. 들은 것: 이곳저곳에서 우연히 만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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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전부터 기묘한 이야기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80년대 노래 중 이 곡이 왠지 가장 귀에 맴돌아서 따로 찾아보았어요.


이제 막 시즌 2까지 본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엄청나게 재미없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다음 편을 보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제목 그대로 정말 기묘한 작품이었습니다.


어쩌면 미국의 80년대 시대상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도 큰 관심이 없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에도 흥미가 없기 때문에 이 작품에 엄청나게 매료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가끔씩 찾아 들었던 80년대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점은 정말 좋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다음 편이 자꾸 궁금해지긴 하기 때문에 아마 작품의 마지막 시즌까지 계속 정주행하게 될 것 같네요.



● 재생하자마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 시끄러운 노래를 즐긴다면 클릭해 보세요.


누군가의 음악 컬렉션에서 이 앨범 커버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분홍과 빨강이라는 귀여운 색상이 사용되었지만 왠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그림과 폰트 때문에 어떤 곡이 수록되었을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수록곡을 하나씩 찾아 들었는데 그 중 이 곡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자주 들었습니다.


요새 저는 이런 장르의 노래에 예전보다 훨씬 익숙해졌어요. 익숙한 걸 넘어 이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와 비슷한 노래를 좀 더 일상적으로 찾아 들어보는 중인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취향이 제게 소속감이나 안정을 줄 리는 없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어요. 무엇을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하는지와는 별개로 어쩌면 차별이나 편견,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굳이 애써 외면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세상은 언제나 미화할 만한 장소는 못되고, 아무리 세상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어도 아직 완벽히 나아지고 있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배운 점 중 하나는, 내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진정으로 보지 못할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언제나 무엇이든 그럴듯하게 해내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쓸수록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취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너무 두려워지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나를 진정으로 만족시킬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애초에 나조차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에요.


그렇지만 평가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건 제게도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우연히 저와 비슷하지만 저보다 훨씬 솔직한 여성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조금씩 용기를 내보기가 훨씬 수월해해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 댄서가 되었지만 사실은 그와 동시에 록을 사랑했고,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록밴드의 음악에 맞춰 춤추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운동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거든요.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록/메탈 밴드의 노래를 배경으로 필라테스를 하는 또 다른 운동 채널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운동 채널이 큰 고민 없이 팝을 배경 음악으로 선택하는 와중에 이런 차별화를 더한 채널이 있다는 건 무척 신선했고, 이런 채널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니 놀랍게도 매일 운동하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운동을 습관적으로 못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운동할 때 들을 노래를 그동안 잘못 선택했다는 게 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주에 자주 들은 노래 중에는 마구잡이로 시끄러운 노래도 하나 있었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솔직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언제나 내게 공감해 주는 사람만 만날 리는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평가하거나 판단하려는 사람만 수두룩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언제나 이 세상에 존재하왔던 건 사실이고, 애써 가리려고 해봤자 이미 존재하는 사실은 영원히 감춰질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오직 내가 스스로를 숨기려고 할 때만 그 존재감이 돋보이지 않을 뿐일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누가 어떤 시선으로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덜 의식하고, 그냥 내가 이곳에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무엇이든 함부로 믿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언제나 믿을만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믿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라도 나를 믿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꽤 든든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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